민주 “그러면 시민이 졌다는건가… 사과하라”
희비 엇갈린 양당 대표 24일 저녁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최종 투표율이 나온 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희비가 엇갈렸다. 투표가 종료된 뒤 기자간담회를 하는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왼쪽)와 당사를 나서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오후 8시 주민투표 종료 직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방해공작 없이 정상적으로 투표가 진행됐다면 오 시장의 정책이 압도적으로 맞다는 것이 입증됐을 것”이라며 “사실상 오 시장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투표율이 33.3%에 미달해 투표함을 개함(開函)하지 못했지만 투표율 25.7%(유효 투표자 수 215만7744명)는 지난해 6·2지방선거 때 오 시장의 총유권자 대비 득표율(25.4%, 득표수 208만6127표)보다 7만여 표 많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지방선거의 서울시 한나라당 시의원 당선율도 25.5%(106명 중 27명)로 25%대였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지역에서 268만9162표(33.4%)를 얻었다.
홍 대표와 청와대가 다소 무리한 논리를 꺼내든 것은 주민투표 결과와 오 시장의 예정된 ‘중도하차’가 향후 정국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부에선 쇄신파를 중심으로 ‘홍 대표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오 시장의 독단에 홍 대표가 어정쩡하게 대처하면서 일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표가 잇따른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투표 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은 데 대한 원망도 나온다. 박 전 대표가 손을 내밀었으면 투표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한 친이계 중진은 “이번 투표 결과는 보궐선거와 총선을 넘어 대선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박 전 대표한테도 결국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는 주민투표 종료 뒤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투표 결과는 대한민국이 복지사회로 가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보편적 복지’ 기조 강화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