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전임자 26명으로 줄여… ‘타임오프 걸림돌’ 넘었다
○ 타임오프 정착 계기
현대차 노사는 23일 오전 11시 울산공장 본관 회의실에서 김억조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과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 등 노사 교섭대표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1차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다. 수차례 정회를 거듭하는 마라톤협상 끝에 24일 오전 4시 50분 잠정합의안을 내놓았다. 6월 8일 첫 교섭을 시작한 지 78일 만이다.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직급에 상관없이 임금 9만3000원(기본급과 기본수당을 합친 통상급여 대비 평균 4.45%) 인상 △성과급·격려금은 통상급여의 300%+700만 원 지급 △무파업 타결 시 주식 35주 지급 △명절 선물비(재래시장 상품권) 20만 원 지급 등이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유급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와 관련해서는 개정 노조법에 맞게 유급 노조 전임자(회사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전임자)를 26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 대신 노조에서 임금을 지급하는 무급 노조 전임자를 85명으로 정했다. 회사는 각종 수당을 인상하고, 노조는 통상급여의 0.6∼0.8%(1인당 1만4000∼1만5000원)씩 조합비로 징수해 무급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회사가 이날 인상키로 한 수당은 근속수당 5000원, 제도개선 통합수당 1800원, 연월차수당 등이다. 회사 측은 “개정 노조법에 따른 노조 전임자 26명에 대해서만 회사가 임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타임오프가 정착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을 통해 역대 최대 성과물을 챙겼다. 우선 성과급·격려금 300%+700만 원 가운데 경영 성과급에 해당하는 100%(통상급여 기준)와 700만 원을 26일 잠정합의안이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는 즉시 지급받는다. 또 10월 말 100%에 주식 35주를, 12월에는 나머지 100%를 받게 된다. 주식 35주는 24일 종가(18만1500원) 기준으로 635만여 원. 각종 수당과 임금 인상분 등을 합하면 이번 임단협을 통해 조합원 1인당 받게 될 돈은 2000만 원이 넘는다. 정년이 1년 연장된 것도 수확이다. 현대차 직원의 정년은 현재 58세+1년 연장이었으나 이번에 59세+1년으로 늘어났다. 노조가 요구한 ‘25년 이상 장기 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 조항에 대해서는 ‘동일조건일 경우’라는 단서 조항을 넣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합의안은 근로조건 개선과 회사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사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생산성과 품질 향상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노사가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차에 앞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노조도 한 달 전 끝난 협상에서 두둑한 목돈을 챙겨 추석을 앞두고 울산지역 경기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