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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감염자를 죽이는 건 사회의 차가운 시선”

입력 | 2011-08-22 03:00:00

26~30일 亞太에이즈부산대회 조직위원장 맡은 조명환 교수




명환 아시아태평양에이즈대회 조직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에이즈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미국의 농구스타 매직 존슨은 1991년 10월 26일 에이즈 감염진단을 받았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지만 그는 지금도 건강하다. 이런 그의 사례는 에이즈에 걸리면 금방 죽는다는 편견을 없애는 데 기여했다.

26∼3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제10차 아시아태평양에이즈대회는 에이즈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자리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조명환 건국대 생명과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아시아태평양에이즈학회장(2005∼2009년)을 맡아 빌 게이츠 재단과 빌 클린턴 재단의 아시아 지원을 이끌어냈다. 또한 국제기구와의 공조도 원만하게 이뤄내 2009년 미국인명연구소로부터 ‘아시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대회의 목적은….

“이 대회는 2년마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과 아시아태평양에이즈학회가 주최하며, 아시아 최대 규모다. 이번에는 60여 개국의 에이즈 전문가 3500여 명이 모인다. 지난 30년간의 성과와 한계를 점검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다. 특히 에이즈 발견 30년이 되는 해에 한국에서 처음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개막연설을 한다.”

―에이즈의 심각성은….

“1981년 에이즈가 처음 발견된 뒤 2500만 명이 사망했고 3300만 명 이상이 감염돼 있는 상태다. 특히 아프리카 감염자 2200만 명, 아시아 850만 명의 대부분이 치료비를 부담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에이즈바이러스(HIV)는 인류가 지금까지 상대해온 병원균 가운데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다. 오죽하면 에이즈 퇴치를 위한 유엔 기구가 만들어졌겠는가. 에이즈는 인류가 꼭 해결해야 할 질병이다.”

―국내 에이즈 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한국은 에이즈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해 감염자가 감염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치료시기와 기회를 놓친다. 감염자가 편하게 진단받고, 아픈 것을 이야기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에이즈는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일종의 성병이다. 성에 쉽게 노출되는 젊은 층, 특히 청소년을 상대로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안전한 성관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에이즈를 올바로 인식하려는 정서가 만들어져야 한다.”

―에이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어떤 게 있나.

“에이즈가 처음 생겼을 때는 치료약이 없어 무조건 사망하는 병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치료만 잘 받으면 평생 건강하게 사는 만성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에이즈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공포심은 편견과 차별로 이어진다. 감염자를 죽이는 것은 에이즈 그 자체보다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감기, 독감, 결핵은 공기로 전염되지만 에이즈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악수를 하거나, 피부를 만지거나, 포옹을 하거나, 키스를 해도 문제없다. 감염인과 콘돔 없이 성관계를 갖거나 감염인의 피를 수혈 받지 않는다면 전염되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아시아에서 에이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싶다. 국제기구와 빌 클린턴 재단, 빌 게이츠 재단 등과의 공조를 더욱 굳혀 아프리카에 집중된 지원을 아시아로 끌어오고 싶다. 아시아가 제2의 아프리카가 되는 것을 막고 싶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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