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뭐가 죄송했을까
경북 북부 제1교도소 수감 중 18일 새벽 자살을 기도한 신창원이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신창원은 병원 도착 당시 의식불명 상태였지만 차츰 호전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병원 제공
○ 아직 의식불명 상태
교도관들은 응급 심폐소생술 뒤 그를 서둘러 50여 km 떨어진 인근 안동병원으로 옮겼다. 응급실에 실려 왔을 때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혈압이 정상치보다 훨씬 낮았고 맥박은 분당 130회에 이르는 등 상당히 위급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뇌로 전달되는 산소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온몸 떨림 현상이 심했다”며 “목에는 졸린 흔적이 역력했고 다른 외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혁기 안동병원 신경외과 과장은 “응급처치 후 스스로 호흡할 정도로 호전되고 있어 조만간 산소공급장치를 뗄 계획이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 씨는 혈압, 맥박 등 신체 기능을 점차 회복하고 있지만 저산소증으로 뇌손상 후유증이 우려돼 치료기간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자살 기도 때 산소 결핍 상황이 얼마나 지속됐는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병원 측은 “현재 상태로는 어떤 예상도 불가능하다. 일단 환자 상태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감염성이 높은 환자를 치료하는 격리실에 있다. 수감자 신분이라 규정상 한쪽 팔은 침대에 묶여 있다. 교도관 3, 4명이 외부인의 병실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 오랜 수감생활에 지친 듯
신 씨가 깨어나기 전까지는 자살을 기도한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 다만 전날 새벽 동료 수형자인 김모 씨(50)가 하의를 찢어 만든 끈으로 목을 매 자살한 것이 자극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북부 제1교도소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경 교도관이 자살한 김 씨를 발견해 안동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김 씨는 무기징역형을 받고 5년 전부터 수감생활을 해 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창원이 김 씨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면 매우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신 씨가 오랜 수감생활에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1999년 7월 탈주 사건 당시 주임 검사였던 신은철 서울고검 검사는 “신창원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도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했지만 탈옥을 하는 바람에 가석방 기회가 아예 없어졌다”며 “가석방으로 풀려나는 수형자들을 보면서 절망감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 검사는 “당초 강도치사 사건 공범들과 달리 신창원은 직접 사람을 죽이는 데 가담하지 않았고 교도소에서도 모범수로 살았기 때문에 절망감이 더 컸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법무부는 지난달 신 씨의 부친이 세상을 떠 충격을 받은 것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도소 측은 “신 씨에 대한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 신 씨 상담하던 김신웅 장로도 충격
신 씨를 정기적으로 면회해 상담해 주던 김신웅 장로는 이날 오전 신 씨의 자살 기도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오후 늦게 기운을 차린 김 장로는 “신 씨를 만나고 헤어질 때면 힘껏 안아주면서 신앙의 힘으로 현실을 이겨내자고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어떤 경우에라도 자살은 안 되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나도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면회 날짜를 17일로 잘못 알고 갔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는데 오늘 만날 줄 알고 갔다가 자살 기도 소식을 듣게 됐다”며 침통해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안동=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