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에 “얼굴 유사하지만 판독불가” 통보
윤봉길 의사가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 의거 직후 일본 헌병에 연행되는 모습을 담은 사진(오른쪽). 1999년부터 진위 논란이 제기됐다. 아래는 윤 의사가 거사를 치르기 직전 한인애국단 선서식에서 찍은 사진. 동아일보DB
문제가 된 사진은 1932년 5월 1일 일본 아사히신문이 발행한 호외에 실린 것이다. 4월 29일 발생한 윤 의사의 중국 상하이 훙커우(虹口) 공원 의거 소식을 전하며 일본 헌병에게 연행되는 윤 의사 사진을 실었다. 이 사진은 1976년 보물 568호로 지정되고 교과서에 실리는 등 윤 의사 의거를 증명하는 주요 사료로 취급돼 왔다.
이 사진을 둘러싼 진위 논란은 1999년 강효백 경희대 국제법무대학원 교수(당시 상하이 주재 총영사관 영사)가 “사진 속 인물은 얼굴형과 체구가 거사 사흘 전 한인애국단 선서식 때의 윤 의사와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강 교수는 1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연행 사진 속 인물은 그 장소에 있던 다른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인터넷에도 의혹이 유포됐고 올해 3월에는 사진이 가짜라는 주장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방송되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이어지면서 2007년 출간된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에서 이 사진이 다른 윤 의사 사진으로 교체됐다. 2008년에는 보물 지정도 철회됐다.
국과수 감정서에 따르면 영상향상 및 복원시험, 특징점 검출시험 등에서 신문 사진으로는 얼굴 특징을 세밀하게 판독할 수 없고, 사진 속 얼굴은 측면이기 때문에 다른 정면 사진과 비교가 어렵다는 점을 ‘판독 불가’의 이유로 들었다. 다만 육안으로 봤을 때 얼굴 형태는 유사하다고 밝혔다. 국과수 관계자는 “(해상도가 낮은 사진을) 그동안 다른 전문가들이 어떻게 판독해 결론을 내린 것인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윤 의사의 조카인 윤주 매헌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매헌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에서 사진을 판독해 논란에 마침표를 찍길 바랐지만 얼굴 형태가 유사해 보인다는 것 외에는 판독 불가 판정이 나와 안타깝다”며 “가족의 증언이나 사료를 종합해 볼 때 윤 의사 사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