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아닌 ‘커뮤니티 디자인’ 침해가 근거
애플이 등록한 아이패드 외관 디자인.
삼성전자는 반격할 기회조차 없이 완전히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독일 법원에서 우리에게 출석 요구나 변론 기회조차 주지 않고 판결을 내려서 애플이 가처분 소송을 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상당히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워낙 예상치 못했던 판결이라 삼성전자는 외신 보도 이후 기본적인 사실 관계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독일 법원의 판결이 왜 유럽 전역에서 효력을 갖느냐”는 질문에 본사 커뮤니케이션팀은 “유럽은 ‘특허조약’으로 묶여 있어서 한 국가의 판결이 다른 국가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대부분 언론은 특허조약 때문에 유럽 전역에서 금지된다고 보도했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유럽연합(EU) 내의 상표와 디자인에 있어서는 회원국 공동의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로 EU 산하 ‘상표 및 디자인청(OHIM)’에서 관리한다. 한 국가의 법원이 커뮤니티 디자인과 관련한 판결을 내리면 모든 회원국에 자동으로 적용된다. 이와 달리 유럽 특허조약은 출원에서 심사까지의 과정을 간소하게 하는 조약이다. 개별 국가에서 효력을 발휘하려면 국가별로 특허청을 통해야 한다. 그 때문에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이 독일뿐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특허법 전문가인 특허법인 우인 이창훈 미국변호사는 “삼성이 애플에 소송을 건 기술 특허의 경우 내용이 복잡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반면 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것이라 법원에서 비슷하다고 판단하면 즉시 처분을 내리고, 또 유럽 전역에서 효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11일 “뒤셀도르프 법원에 11일 심리 신청을 낼 예정”이라며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