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입학처장
과연 술에 취했다는 것만으로 모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조직을 등에 업고 서민을 괴롭히는 폭력배들의 폭력행위를 조폭이라고 하듯 술의 힘을 빌려 서민을 괴롭히거나 폭력을 행하는 경우를 주폭이라고 한다. 주폭이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상습적으로 공무의 집행을 방해하거나 선량한 시민을 폭행하고 위협하여 평온한 질서를 침해하는 사회적 위해인 것이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전담수사팀을 편성하고 주취폭력 단속에 나서 올해 들어 7월 31일까지 571명을 검거하고 488명을 구속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5월 이후 상습적인 주취폭력범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의 발부율이 98.7%에 이르렀을 정도로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주취자들의 폭력인 주폭은 습관적이며 우범화할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주취자들에 대한 엄격한 법의 집행과 처벌은 향후 음주로 인한 폭력을 억제하고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단순히 경찰의 주폭 단속만으로 우리 사회의 음주에 대한 지나친 관용과 같은 잘못된 음주문화가 바뀌기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술에 취하면 범죄를 저질러도 용인된다는 잘못된 인식은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취폭력은 엄연히 범죄행위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법 집행의 포기이며 국가권력의 마비를 초래하여 향후 다른 정당한 법 집행도 어렵게 하기 때문에 경찰의 엄중한 대응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법 집행은 공정하고 정당해야 한다. 현재 주취자의 보호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으나 주취자에 대한 제재는 그 법적 근거가 분명치 않다. 물론 주취자의 난동이나 경찰에 대한 폭력행위에 공무 집행 방해라는 형법조항을 적용하고 있지만 국가권력의 정당성과 일관성 있는 집행을 위해서라도 일본의 명정규제법이나 호주의 주취자 관리 및 보호법과 같은 독자적인 법의 제정이나,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주취자 보호와 제재에 관한 규정을 명시하는 등 법적 근거의 마련이 필요하다.
동양의 법사상가인 법가는 ‘법을 받드는 것이 강하면 강한 나라가 되고, 법을 받드는 것이 약하면 약한 나라가 된다’고 하였다. 주취자에 대한 국가권력의 정당한 집행이야말로 법을 강하게 받들고 그래서 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입학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