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회 맞은 獨 바이로이트 오페라축제 현장을 가다
독일 남부 지방의 바이로이트는 인구 7만여 명의 소도시이지만 여름이면 바그너 오페라의 성지를 찾아온 팬들로 북적인다. 오페라 ‘로엔그린’에서 여주인공 엘자(소프라노 아네테 다슈)가 쥐로 분장한 군인들에게 잡혀오고 있다. 바이로이트 축제사무국 제공
‘로엔그린’에 출연한 바리톤 사무엘 윤.
지난달 25일 열린 개막공연 ‘탄호이저’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유럽의 정관계 요인들도 대거 참석했다. 오후 4시에 시작된 오페라는 오후 10시 반이 넘어서야 막을 내렸다. 중간에 한 시간씩 두 차례 있는 휴식시간 동안 검은 턱시도 정장과 드레스 차림의 관객들은 바이로이트 명물인 마이셀 맥주를 마시며 여름밤을 즐겼다.
올해 페스티벌은 이달 28일까지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오페라 ‘파르지팔’ ‘로엔그린’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명가수’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총 30회 공연에 5만8000장의 티켓이 발행되지만 이 티켓은 돈이 있어도 마음대로 살 수 없다. 최소 8년간 각국의 바그너협회를 통해 티켓 구매신청을 줄기차게 보내야 비로소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극장 밖에는 ‘표 구함’이라고 쓴 쪽지를 들고 서 있는 팬들이 많았다.
광고 로드중
바그너의 기존 작품을 21세기에 맞게 현대적으로 재연출하는 시도도 올해 눈에 띄게 가속화됐다. ‘로엔그린’은 브라만테 왕국의 백성들에게 등번호가 씌어진 실험실의 쥐 의상을 입혔고, 개막작인 ‘탄호이저’는 폐기물을 활용한 현대의 바이오가스 공장이 배경이다. ‘탄호이저’는 제작진에서조차 “도대체 연출 의도를 모르겠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내년 바그너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제작되는 ‘링’ 시리즈는 영화감독 빔 벤더스나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연출을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100회 바이로이트 축제를 기념해 26일 바이로이트의 타운홀에서는 이스라엘체임버오케스트라(ICO)가 초청돼 바그너의 ‘지크프리트’를 연주해 독일과 이스라엘 양쪽에서 큰 논란이 빚어졌다. 바그너는 나치와 히틀러가 사랑했던 작곡가로서 이스라엘에서는 터부시돼 왔기 때문. 2001년에도 유대인인 다니엘 바렌보임이 예루살렘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연주했다가 이스라엘인들의 분노에 직면한 일이 있다. 바이로이트 축제의 공동위원장인 바그너의 증손녀 카타리나 바그너(32)는 “바그너와 나치의 관계에 대해 투명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가족 문서고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알프스 호숫가에서 조르다노를 음미하다▼
유럽의 여름 음악축제
페스티벌에 참가한 관객들이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바이로이트=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광고 로드중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3국의 국경에 걸쳐 있는 콘스탄츠의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산중 호숫가에 무대를 세워놓고 펼치는 오페라 축제다. 올해는 21일까지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를 무대에 올린다. (www.bregenzerfestspiele.com)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은 11일부터 9월 18일까지 ‘밤’을 주제로 열린다. 예술감독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말러 교향곡 10번을 연주하고, 사이먼 래틀은 베를린필하모닉과 함께 말러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폐막공연에는 베이스 연광철이 솔리스트로 출연한다. (www.lucernefestival.ch)
프랑스 남부의 라로크 당테롱 페스티벌은 1981년 창설된 피아노 전문 페스티벌. 실내악을 중심으로 한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음악제다. (www.festival-piano.com)
이 밖에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고(古)음악페스티벌, 핀란드의 쿠모 실내악페스티벌, 영국 런던의 프롬스 등 각자 특색을 살린 음악축제들도 찾아가 볼 만하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