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최근 연일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기사들을 접할 수 있다. 한국 게임은 연간 15억 달러가 넘는 수출로 콘텐츠산업의 무역 흑자를 주도하고 있고 한국 애니메이션은 세계 80여 개국에서 방영되고 있다. 드라마 또한 한국에 대한 선호도를 높여 제조업의 시장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외양을 보면 정부에 콘텐츠산업 육성을 전담하는 부서가 생긴 지 15년이 지난 지금 한국 콘텐츠산업은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했다. 미래 먹을거리산업으로서 콘텐츠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10여 년이란 짧은 기간에 한국 콘텐츠산업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것은 당연히 열악한 환경에서 열정으로 버텨온 산업종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해외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것이 바로 정부의 콘텐츠산업 정책이다. 콘텐츠산업 후발국은 물론이고 선진국조차도 한국의 콘텐츠산업 정책을 하나의 본보기로 삼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발판도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여전히 산업환경은 열악하고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는 사회적 규제가 존재하고 있다. 정책환경 역시 매우 열악하다는 점이 안타까움을 가중하고 있다.
차세대 먹을거리산업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콘텐츠산업에 대한 올해 재정 지원은 3차원(3D) 콘텐츠의 열풍을 몰고 온 영화 ‘아바타’의 제작비 53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4800억 원대이다. 차세대 먹을거리산업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물론 콘텐츠의 성공이 단지 재정 지원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열정과 의지만으로 콘텐츠산업의 성장을 기대한다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특히 한국 콘텐츠산업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세계 각국의 견제와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이란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는 지난 10여 년 동안의 노력보다 몇 배 노력해야 하는 동시에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는 기사가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 우려가 앞서는 것은 이제는 재정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성장했다고 착각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콘텐츠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이 정책적 의지와 천명을 현실화하는 데 있어 턱없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산업의 특성을 무시하고 단기간의 결과에만 집착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김민규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