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장
참전미군 사망률 높아져 서둘러야
85세 노구의 웨버 회장은 기증식에서 감격에 겨워 내내 눈시울을 붉혔고, “믿을 수 없는 축복”이라며 연방 “한국이 정말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이는 6·25전쟁 참전 미군을 잊지 않고 기억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인 한 사람의 선행이 미국인에게 큰 감동이 될진대, 이 기회에 우리 국민들이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한 성금 모금운동에 나선다면 이 소식을 접하는 미국인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심 회장이 “다른 분들의 기부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도 아마 같은 맥락일 것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추모의 벽’ 건립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6·25 정전협정 이후 58년이나 지난 지금 참전 미군들의 사망률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이유를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게 마땅하다. 대한민국의 자유 수호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미군 전사자들의 피의 값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아마 많은 한국인이 성금 모금에 동참한다면 한미관계의 끈을 더욱 단단히 할 것이다. 이는 우리의 안보 능력을 한층 높여줄 것이다.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다. 잠시 멈추고 있는 정전상태일 뿐이다. 우리는 지난해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을 겪고서야 이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전히 진행 중인 전쟁임을 다시금 뼈저리게 깨달았다. 주지하다시피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따라 정규전으로서의 6·25전쟁은 일시적으로 종료되기는 하였지만 비정규전 상황에서 남북 간에는 북한의 도발로 인한 크고 작은 교전들이 있어 왔고, ‘담론전쟁(談論戰爭)’의 형태로 여전히 치열한 심리전이 전개되고 있다.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롭게 된다’는 망전필위(忘戰必危)의 교훈을 되새기고 대비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애써 지키고 힘들여 쌓아온 자유와 번영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인 동참땐 양국관계 돈독해져
우리는 지금 한미관계의 튼튼한 결속을 필요로 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을 저지하고 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담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재발은 한민족 전체의 파국을 초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러한 전쟁의 참화를 막기 위해서는 ‘남의 칼을 빌려 상대방을 친다’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의 지혜를 발휘하는 일이 중요하다. 돈독한 한미관계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