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국제음악제서 6년만에 협연한 정명화 - 경화 씨
정명화(오른쪽) 정경화(왼쪽) 씨 자매는 “트리오 연주를 위해 피아니스트를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웠는데 케빈 케너 씨라는 빛나는 연주자를 만났다”고 입을 모았다. 대관령국제음악제 제공
“이번 폭우로 희생당한 모든 분과 유가족들에게 이 음악을 바칩니다. 희망을 잃지 마세요.”
지난달 29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대관령국제음악제 ‘저명연주가 시리즈’의 마지막 곡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곡 1번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날 연주회는 이번 음악제에서 예술감독을 맡은 정명화 정경화 자매가 함께 서는 유일한 무대. 표는 일찌감치 매진됐고 취소된 티켓이라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새벽부터 줄을 섰다. 주한 대사 50여 명도 연주를 감상했다.
이 때문에 이날 연주는 국내 팬들에게 ‘정경화 제2의 귀환’을 알리는 무대와 같았다. 정경화 씨는 예전에 특유의 열정과 함께 날카로운 테크닉, 정확한 보잉으로 교과서적인 연주를 해왔다.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된 그의 연주는 한결 여유롭고 느긋했다. 언니와 따스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활을 그었다. 악장 사이에 박수가 쏟아지자 “감사합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홍라희 삼성미술관리움 관장이 먼저 일어나 큰 박수를 보냈다. 홍 관장은 음악제를 위해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제공하기도 했다. 정경화 씨는 두 손으로 크게 하트 모양을 그리면서 함박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김지성 씨는 “5년이 넘게 연주를 못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1, 3악장에서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만난 정경화 씨는 “너무나 황홀한 시간이었다. 언니가 곡 첫 부분을 연주하는데 눈물이 왈칵 나서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명화 씨는 “리허설 때부터 동생이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것 같다면서 즐거워했다. 함께 연주하니 정말 행복했다”고 거들었다. 이들은 올해 안에 동생인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과 함께 ‘정 트리오’ 무대를 선보일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정경화 씨는 “지난해부터 기적적으로 다시 연주를 할 수 있게 되니 나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연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매는 본공연 때 다른 일정이 있는 음악학교 학생들을 위해 평소와 달리 리허설을 공개하기도 했다. 대관령국제음악제에 모인 이들은 5일 같은 무대에서 그가 연주하는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