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SC)제일은행의 서울 북아현동지점 문이 닫힌 채 일주일째다. 6월 27일 시작된 노조의 파업으로 일손이 모자라자 은행 측이 392개 영업점 중 43곳의 영업을 중단했다. 이 은행의 총수신액은 46조 원이었으나 갑작스러운 지점 영업 중단에 놀라고 화난 고객들이 약 1조 원을 인출했다. 은행 콜센터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SC제일은행 직원 6300명 가운데 노조원 2900명은 강원 속초시의 한 콘도에서 오늘로 22일째(영업일 기준 16일째) ‘휴양 파업’ 중이다. 이들은 외부인사 초청 강연을 듣기도 했다. 회사와 고객들을 팽개쳐놓고 교양과 지식을 함양한다는 것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들은 이미 은행 노조원 최장기 파업 기록을 경신했다.
노사 간 최대 쟁점은 성과급제 도입 문제다.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관철할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한 제도로 SC그룹 산하 각국 은행들이 모두 적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노조 측은 전 직원 성과급제 실시는 한국 정서에 맞지 않으며 이 제도가 구조조정의 도구로 쓰이거나 직원 간 과당경쟁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 측 견해에 수긍할 만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수신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노조의 자해성(自害性) 파업과 회사 측의 일부 지점 영업중단으로는 갈등을 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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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사용자가 외국계여서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SC제일은행 노사의 자해성 대립이 계속되면 은행과 전 직원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지금이라도 자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