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연속S 부활투 임찬규에 무슨일이
LG 고졸 신인투수 임찬규. 스포츠동아DB.
1승·1세이브 하면서 초심 잃어
마무리=150km 구속에만 욕심
6.17 볼넷쇼크 이후 밸런스 찾기
이젠 1구·1타자·1이닝에 최선LG 고졸 신인투수 임찬규(19)가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나 다시 ‘당찬 소방수’로 돌아왔다. 임찬규는 9일 잠실 KIA전에서 4-3으로 앞선 9회초에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키더니, 12일 잠실 SK전에서도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2-0 승리를 마무리했다. 최근 2연속 완벽 세이브다. 시즌 6승2패 7세이브. 김광수가 한화로 트레이드된 시점과 묘하게 교차되면서 그는 팀내 세이브 단독 1위로 올라섰다. 8개구단 전체에서도 공동 4위. 6월 17일 SK전 4연속 볼넷의 충격을 딛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듯한 분위기다. 그 사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밤늦게까지 수건과 씨름
“고등학교 때 연장 12회를 완투해도 볼넷은 1개 정도 내줄까말까 했어요. 야구를 시작한 뒤 그렇게 컨트롤이 안 되는 날은 없었어요. 차라리 홈런을 맞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운데만 보고 던졌는데도….”
때마침 장마가 찾아왔다. 최계훈 투수코치는 “스스로 이기는 수밖에 없다. 많이 던져서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휴식일에도, 경기가 취소된 날에도 잠실구장 불펜에 서서 공을 던졌다. 구리에서 숙소생활을 하는 그는 늦은 밤까지 수건으로 섀도피칭을 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수건을 붙잡고 씨름했다. 점차 밸런스가 잡혀가기 시작했다.
LG 임찬규의 모자. 등번호 1번과 '소탐대실', '씩씩하게'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맨 왼쪽의 'Mr. 찔락'은 팀 선배들이 부르는 임찬규의 애칭 '찔락이'에서 따온 말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처음엔 어떡해서든 1군에 계속 붙어있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승리투수가 되고, 세이브를 올리다보니 1승, 1세이브에 욕심이 나더라고요. 마무리투수라면 시속 150km는 던져야하는 줄 알고 구속에도 욕심을 냈어요. 결국 적은 걸 탐하다 큰 걸 잃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초심을 지키자, 나는 패전처리다. 1구, 1구, 한 타자, 한 타자…. 멀리 보는 것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던지기로 했어요.”
신인왕에 대한 욕심도 지운 지 오래다. “그런 거 생각하다 또 밸런스 무너지면 어떡해요. 신인왕 못 타도 야구할 날 많이 남았잖아요.” 그는 ‘씩씩하게’와 ‘소탐대실’을 적어놓은 모자를 매만지며 씩씩하게 웃었다.
○승부의 변화
임찬규가 최근 2연속 세이브를 거두는 과정에서 결국 조인성은 체인지업 사인을 내기 시작했다. 마무리투수라 1경기에서 1∼2개 정도 사용할 뿐이지만, 타자를 제압하는 데 효과적인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조인성은 “체인지업이 날카롭다. 이제 사인대로 공이 들어온다. 볼넷에 대한 부담을 떨친 것 같다. 6월 17일 경기가 임찬규에게 먼 훗날 큰 경험이 될 것이다”며 19세 마무리투수의 복귀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제 LG의 소방수는 임찬규로 회귀한 것일까. 최계훈 투수코치는 “임찬규 말고 누가 있냐”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잠실|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