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국가태풍센터 르포
6일 제주 서귀포시 국가태풍센터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지난달 발생한 태풍 메아리의 소멸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서귀포=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한 국가태풍센터 상황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 한가운데는 지난달 말 서해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간 태풍 메아리의 진로도가 띄워져 있었다. 스크린 양 옆에는 한반도 인근 바다의 수온 분포도와 기압 배치도가 그려져 있었다.
○ 태풍 5일 예보제 정착으로 예측력 향상
태풍센터 연구원들은 수시로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상황실 한가운데에 놓인 분석용 컴퓨터를 살펴보고 있었다. 태풍의 진로를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2008년 4월 건립된 태풍센터는 국가 태풍 감시·예보 기관으로 24시간 태풍의 이동 경로와 규모를 감시하고 예측한다. 김태룡 태풍센터장은 “태풍 진로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태풍의 크기나 규모보다 결국 한반도로 상륙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1980년부터 남해안 상륙 많아져
태풍센터 측은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50개를 10년 단위로 분석한 결과 일정한 패턴이 발견됐는데 이에 따르면 올해 남해안에 초대형 태풍이 상륙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올해 한반도 영향 최대 4개 될 것”
1950년대 초에는 한 해 평균 5.21개의 태풍 영향을 받았지만 2000년대 말에는 평균 3.41개로 한 해 평균 0.03개씩 감소했다. 반면 1950년대 초 태풍의 중심기압은 평균 981.7hPa(헥토파스칼)이었지만 2000년대 말에는 963.1hPa로 줄었다. 강력한 저기압인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강도가 세다. 태풍센터 측은 “지금까지 한국을 덮친 태풍 중 순간 최대풍속이 가장 강했던 태풍 상위 10개 중 6개가 2000년대에 집중됐다”고 말했다.
하루 강수량 기준으로 강한 태풍을 10위까지 뽑아도 3개가 2000년대에 발생한 태풍이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액도 2000년대 들어 급격히 상승했다. 1980년대 8467억 원, 1990년대에는 2조2093억 원이었던 태풍 피해액은 2000년대 9조9289억 원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태풍센터는 올해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이 최대 4개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올해는 태풍이 만들어지는 필리핀 동쪽 해상의 수온이 높게 유지되고 있고 여름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가 한반도에 걸쳐 있어 이 가장자리를 따라 강한 태풍이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 기상청 측은 “특히 태풍의 이동경로에 육지가 없어 태풍이 세력을 키워가면서 올라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귀포=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