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수사서 새로 드러난 사실
해병대 총기사건은 가해자인 김모 상병(19)이 소외감으로 인한 자살충동과 후임병의 무시에 따른 격분을 이기지 못해 저지른 범행으로 나타났다. 범행을 공모한 정 이병(20)은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괴로워하다 김 상병과 범행을 모의했다고 군 조사에서 진술했다.
○ 소외된 기분에 자살충동 느껴
김 상병은 사건 당일(4일) 평소 자신에게 선임 대접을 해주지 않은 후임병이 선임병과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소외된 기분에 자살충동을 느꼈다고 군 수사당국은 설명했다. 김 상병은 자신이 ‘기수열외’라는 집단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기수열외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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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당시 정 이병은 사전 각본대로 수류탄을 던져 고가 초소를 폭파해야 했지만 겁에 질려 실행에 옮기지 못하자 김 상병은 정 이병과 함께 창고로 들어가 “같이 죽자”며 수류탄 안전핀을 뽑았고 정 이병은 순간 도망쳐 나온 것으로 밝혀졌다.
김 상병은 훈련소 인성검사에서 정서불안과 성격장애, 정신분열증 등이 발견돼 자대 배치 후 ‘관심병사’로 분류됐다. 동료들도 그가 다혈질이고 취침시간에 부대 안을 배회하는 등 이상행동을 하는 것으로 파악했지만 부대 측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가혹행위에 불만 품고 범행 모의
정 이병은 평소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괴로워하다 김 상병이 범행을 제의하자 동조했다고 군 관계자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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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이병은 또 ‘성기를 태워버리겠다’며 바지 지퍼 부위에 살충제를 뿌린 뒤 불을 붙이거나 자신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구타를 한 선임병들도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 병영문화혁신 작전 성공할까
이번 총기사건을 계기로 해병대는 모든 장병을 상대로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집중교육을 하고 인권전문가를 초청해 인권교육을 하는 등 ‘병영문화혁신 100일 작전’에 돌입했다. 8일엔 유낙준 사령관 주재로 긴급지휘관회의를 열어 병영문화 개선대책을 논의한다.
하지만 이런 ‘100일 작전’이 해병대의 병영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휘관들조차 광범위하게 자행되는 구타나 가혹행위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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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