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이사회가 1일 의결한 2분기(4∼6월) 배당으로 지분 51%의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론스타가 4969억 원을 챙겼다. 금융감독원이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을 불러 과도한 배당 자제를 당부했지만 “대주주 측 요구를 막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8차례 배당 등으로 2조9000억 원을 벌었다. 투자비를 빼고도 7000억 원을 남겼다. 예정대로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4조7000억 원에 넘기면 론스타의 투자수익은 5조 원이 넘는다.
론스타가 국내에서 단기에 막대한 차익을 챙기면서 많은 사람이 배 아파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 거론될 때마다 ‘먹튀(먹고 튄다)’ 논란이 일었다. 현재는 론스타가 애초 외환은행 인수 자격이 없는 비(非)금융주력자(산업자본)였는지 여부와 외환카드의 주가 조작 여부가 쟁점인 소송들이 진행 중이다. 론스타가 패소하면 배당 결정 등 의결권 행사의 무효 논란으로 확대되고 론스타 보유 지분 중 10%를 제외한 41%를 강제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하지만 론스타엔 ‘꽃놀이패’다. 수익을 챙겨 한국에서 철수해도 좋고, 못 나가면 유망한 은행의 대주주로서 거액배당 등 추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경제가 갑자기 악화하지 않는다면 론스타의 수익을 줄일 수 없다. 법정다툼과 책임논란을 지켜보다 보신주의에 빠진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매각 승인 심사를 여러 차례 보류하는 사이에 론스타만 배를 불렸다. 이럴 바엔 론스타의 한국 철수를 일단 승인하고 소송결과에 따른 처분을 추가하는 게 낫다.
론스타에 대한 어떤 조치든 해외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근거를 대야 한다. 먹튀 외자를 응징하겠다는 의도로 섣부르게 대했다가는 국내외 소송에서 지고, 세계에 한국의 폐쇄성만 알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