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 사랑을 깊고 길게 봤으면 오후 5시의 삶이나 남은 시간 감사”
《“‘접시꽃 당신’이 사랑받는 이유는 작품의 진정성도 있겠지만 죽음과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공감할 수 있게 다룬 까닭인 것 같습니다. 세대를 넘어 읽어주신 독자들께 감사합니다.” 도종환 시인(57)의 밀리언셀러 시집 ‘접시꽃 당신’이 출간 25주년을 맞았다.》
시집 ‘접시꽃 당신’의 출간 25주년을 맞은 도종환 시인은 이달 말 열 번째 시집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를 낸다. 그는 “제 인생을 시간으로 따진다면 아마 오후 5시경에 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중략)
옥수숫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시 ‘접시꽃 당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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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시인은 최근 에세이집 ‘도종환의 삶 이야기’와 ‘도종환의 교육 이야기’를 냈다.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1998년)와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2000년)을 개정한 것이다.
“개정판을 내면 (마치 신간이 나온 것처럼) 독자들을 속이는 것 같다는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 시기하고는 좀 안 맞는 얘기들이 있어서 그런 것들은 뺐고 전체적으로 문맥들도 다듬어 새로 냈습니다.”
올해 등단 28년째인 시인은 이달 말 시집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창비)를 선보인다. 1985년 첫 시집 ‘고두미 마을에서’ 이후 꼭 열 번째 시집이다.
“어느 날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하루 시간으로 바꾸면 어디쯤일까’를 생각했어요. 시간으로 따진다면 아마 오후 5시경 와 있는 것 같았죠. 이제 곧 저물 일만 남았지만 그래도 남은 시간에 감사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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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지기 전까지 아직 몇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맙고 해가 다 저물기 전 구름을 물들이는 찬란한 노을과 황홀을 한번은 허락하시리라는 생각만으로도 기쁘다/(중략)
아직도 내게는 몇 시간이 남아 있다/지금은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
(시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서)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