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오를 때가 더 쉬웠어요”음식 소화못해 물만 먹고… 3000m급 로키산맥 넘고…그래도 8일간 계속 달렸다
광활한 대지, 끝없는 하늘. 무한공간과도 같은 벌판 위를 달리는 이형모 씨. 한없이홀로 달리다 보면 결국 그리워지는 것은 사람이었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이 씨는 그동안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을 생각하며힘겨운 레이스를 이겨냈다. 김기중 씨 제공
50세 미만 부문에서 우승한 뒤 상패를 들고 포즈를 취한 이형모(왼쪽) 김기중 씨. 김기중 씨 제공
올해에는 개인 47명과 단체 2인 9팀, 4인 31팀, 8인 12팀이 참가했다. 단체 2인은 50세 미만과 50세 이상 부문으로 나뉘어 치러졌다. 두 사람은 50세 미만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명이 번갈아가며 3∼4시간씩 레이스를 펼쳤다. 뒤따르는 차에서 교대로 잠시 눈을 붙이고 식사를 했다. 2위는 8일 8시간 18분을 차지한 독일 팀. 경기 초반 선두 경쟁이 치열했다. 첫날부터 체력 소모가 너무 커 도저히 완주할 수 없을 듯했다. 50세 미만에 출전한 팀은 한국 독일을 비롯해 브라질 미국 등 4개 팀. 총 55개로 나뉜 구간에서 처음 5개 구간을 시속 약 33km로 달리며 4팀이 각축을 벌였다. 그러나 다음 날부터 다른 팀 선수들의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며 한국 팀이 격차를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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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박영석 대장과 함께 히말라야와 베링 해협 등 극지탐험에 나섰던 이 씨는 2006년 5월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다. 그때보다 체력적으로 더 힘들었다는 이 씨는 “도와준 사람들을 생각하며 달리는 데에만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대회 참가 직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뼈를 다친 상태에서도 완주했다.
관절염 치료를 위해 자전거를 시작한 김 씨는 철인 3종 경기 등에서 잔뼈가 굵었다. 김 씨는 “한국인으로 처음 출전해 주목을 받았다. 가슴 터지는 행복을 맛봤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 사람의 레이스 소식을 듣고 지인들이 성금을 모았다. 두 사람은 이를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