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시장 ‘칼날분석’ 최선”
국민연금공단 제공
뉴욕사무소 개소식을 성황리에 마친 뒤 1일부터 시작되는 공식 업무 준비로 분주한 오 소장과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전화 인터뷰를 했다. 그는 개소식을 무사히 끝낸 감회부터 이야기했다.
“개소식 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뉴욕 방문이 겹쳐 교통사정이 끔찍했고, 자산운용사가 뉴욕만큼 많은 보스턴에서는 폭우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못해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초청 인원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몰려 축하해주는 걸 보고 국민연금의 위상 변화를 새삼 실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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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소장은 국민연금에 입사한 30대부터 이른바 ‘갑(甲)의 인생’을 살았다. 이번에 맡은 뉴욕사무소장 역시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다. 개소식 때만 해도 비크람 판디트 씨티그룹 회장을 비롯해 스티븐 스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게리 콘 골드만삭스 투자은행사장 등 글로벌 금융계 저명인사들이 총출동해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오 소장은 “흔히 국민연금을 ‘갑중의 갑’ ‘슈퍼 갑’이라고 하지만 글로벌 투자업계의 ‘선수’들을 제대로 선정하고 관리하기 위해선 이들을 뛰어넘는 전문성과 역량,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날고 기는 전문가들이 모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실력’으로 존경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갑’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화를 한 날도 오전 7시에 출근해 저녁까지 이어지는 현지 기관투자가들과의 미팅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 소장은 ‘아침형 인간’이라서 그런지, 집중해서 해야 할 일들은 오전에 주로 처리한다고 했다. 그는 “현지 직원도 해외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업무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들로 구성했다”며 “기본적인 마켓리서치나 네크워킹을 넘어 시장의 뉘앙스까지 세세히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오 소장은 쟁쟁한 남성들을 제치고 국민연금의 첫 해외 사무소를 진두지휘할 여전사지만 목소리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친근했다. 치열한 글로벌 금융투자업계를 상대하는 여성으로서 애로점은 없는지 묻자 “대놓고 말은 못해도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웃음). 맡겨진 일에 충실하면 성별을 따지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차별을 느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단순히 ‘돈 많은 갑’이 아니라 글로벌 마켓에서 신뢰와 존경을 받는 한국 최대 기관투자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