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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최의창]스포츠 데이, ‘놀토’에서 ‘뛸토’로!

입력 | 2011-06-29 03:00:00


최의창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놀토. 한 달에 두 번, 등교하지 않는 토요일을 가리킨다. 몇 년 전 벼락같이 등장해 한국의 모든 초중고교 학생과 학부모들의 일상용어가 된 새 단어다. 그런데 내년이면 사라질 운명이다. 주5일 수업이 전면적으로 실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좋은 대학에 가길 원하는 학부모로서 걱정되는 점이 없지 않지만 공부에 찌든 자식을 안쓰럽게 바라보던 부모로서는 대환영이다. 이제 아이들은 반쪽짜리 토요일이 아닌 온전한 주말을 국가로부터 돌려받게 될 것이다.

‘학원 가는 날’ 되면 더 큰 손실

스포츠 데이. 되찾아준 토요일에 교육과학기술부가 붙여줄 새로운 이름이다. 상품의 성공은 이름이 반이라는데, 우리 아이들이 갖게 될 이틀간의 주말은 앞날이 밝아 보인다. 나머지 성공의 반을 책임지는 것은 상품의 질적 수준과 마케팅일 것이다.

스포츠 데이는 우리 아이들이 밝고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날이 되어야 한다. 수중에 현찰이 많아진 어린아이처럼 갑자기 생긴 여유의 시간을 충동적으로 마음대로 쓰도록 해서는 낭패만 당하게 될 것이다. 입시 보충을 위해 학원시간을 좀 더 확보하는 것으로 전용해서는 더욱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주중에 성적 경쟁과 입시 준비로 심신의 기력이 완전히 방전된 우리 청소년들이 팔과 다리와 심장과 가슴을 마음껏 사용해 활력을 재충전해야만 한다. 학교 내 운동강습이나 스포츠클럽대회로 운영되는 스포츠 데이가 명실상부한 스포츠를 위한 날이 되려면 입시와 성적이 청소년 생활의 기준이요 표준이 돼버린 현 상태에서는 각별한 정책적 노력이 반드시 따라주어야 한다.

선진 외국은 이미 스포츠를 활용하여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고 청소년의 발달을 더욱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지덕체를 조화롭게 갖춘 리더로서 성장시키기 위한 ‘전인적 청소년 육성(positive youth development)’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것을 위한 최적의 매개체로서 스포츠를 주목하고 있다.

체육활동 생활화 적극 지원해야

스포츠 데이가 청소년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려면 체육활동이 생활화되어야 한다. 공부와 함께 학생생활의 일상으로 자리 잡아야만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내 운동강습과 학교 스포츠클럽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주말을 이용한 클럽 간 대회의 횟수가 늘어나도록 지도교사 처우와 대회 운영의 측면에서 행정적 도움을 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다양한 스포츠 활동들을 즐겁게 체험할 수 있게 자질 있는 토요 스포츠 강사들을 교육시키고 채용할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스포츠를 통한 청소년의 리더십 함양을 더 체계적이고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끔 전담기관을 설치해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조처다. 영국은 청소년스포츠재단(Youth Sport Trust)을 설치해 스포츠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의 건강과 체력은 물론 창의성, 인성까지 발달시키려는 노력을 체계적으로 기울여오고 있다. 각종 학교 내외 스포츠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파하고 효과적인 운영을 도와준다. 스포츠를 통한 청소년의 총체적 발달을 살펴보는 다양한 기초연구를 통하여 청소년 스포츠 관련 정책의 개발도 돕고 있다. 스포츠 토토 기금 운용을 감독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 어른들은 자녀가 살아가야 할 미래의 한국 사회를 이처럼 삭막하고 경쟁 가득한 곳으로 만들어 놓았다. 매주 쉬게 될 토요일을 학교 안 가고 노는 날에서 스포츠로 마음껏 뛰는 날로, 놀토에서 뛸토로 만들어 주어야 하는 막중한 의무가 있다. 스포츠 데이는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것을 놓쳐버리는 큰 실수를 범하지 말자.

최의창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