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효 사회부
사고가 나자 이중근 청도군수는 장례 때까지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상주 역할을 하면서 조문객을 맞고 베트남에서 달려온 유족을 위로했다. 이 군수는 “부모의 마음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호찌민 시 부근에서 사는 피해 여성의 어머니는 “먼 땅으로 시집 간 딸의 장례식에 가는 심정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마는 모두 용서하고 딸이 좋은 곳으로 가기만을 기도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호찌민 및 하노이 한인회도 유족에게 조의를 표하고 성금을 모금했다. 유족들이 빨리 한국에 갈 수 있도록 항공권도 마련했다. 베트남 언론이 이 사건을 반한(反韓) 분위기로 확대하지 않고 “한국이 정확한 진상 파악에 나서고 수습에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고 보도한 것도 이런 성의 표시의 결과일 것이다. 청도에 왔던 베사모(베트남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도 “불행한 일이지만 사후 수습을 정성들여 하는 모습을 보니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부산에 살던 베트남 여성이 남편에게 살해당한 일을 계기로 청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왔다.
결혼이주여성이 포함된 다문화가정이 전국적으로 20만 가구를 넘어서면서 지방자치단체 담당 부서도 고민에 빠져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가족 내부 문제까지는 들여다보기 어려워 언제 어디서 이런 일이 생길지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이주여성 중에서 이혼 상담을 한 경우는 500여 건이지만 실제 크고 작은 가정불화를 겪는 경우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담 원인은 ‘부당한 대우’가 가장 많았다. 복잡한 원인이 얽혀 있겠지만 결혼이주여성이 먼저 한국에 적응해야 한다는 ‘편향적 기준’이 은근히 깔려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청도에서
이권효 사회부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