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울림… 포스트 백남준” 뉴욕이 반했다
1960년대부터 근작까지 40여 년의 여정을 돌아보는 이우환 회고전은 연대별, 테마별로 구성됐다. 작가는 어린 시절 배웠던 서예와 동양화의 두 가지 기본 단위인 점과 선을 구성적 요소로 삼아 시각과 개념을 연계하는 다양한 작품으로 발전시켰다.
뉴욕 미술문화를 대표하는 구겐하임미술관이 원형홀과 6개 층의 램프, 두 개의 부속갤러리 등 전 관에 걸쳐 ‘이우환: 무한의 제시(Marking Infinity)’란 제목의 대형 회고전을 마련했다. 한국 작가가 구겐하임에서 회고전을 여는 것은 2000년 백남준에 이어 두 번째다. 24일(현지 시간)부터 9월 28일까지 열리는 전시에 하루 앞서 언론 프리뷰와 오프닝 행사가 이어졌다.
리처드 암스트롱 관장은 “때늦은 감은 있으나 이번 회고전은 현대미술에 있어 지속적 영향을 미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를 후원한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병국)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한 ‘KF Day’ 행사와 맞물려 마크 민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티머시 럽 필라델피아미술관장, 표미선 한국화랑협회장, 소설가 신경숙 씨 등 양국 인사 8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뉴욕 5번가에 자리한 구겐하임미술관. 서구에서 처음으로 학예연구실 내에 아시아 미술분과를 설립한 근·현대미술관으로 꼽힌다. 뉴욕=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미술관 후원회원이자 작가인 드니스 그린 씨는 “단순함과 고요함, 그러면서도 강력한 에너지의 분출을 느꼈다”고 찬사를 보냈다. 도형태 갤러리 현대 대표는 “뉴욕 미술계 인사들이 구겐하임에서 이만한 규모의 생존작가 회고전은 드문 일이라며 감탄했다. 우리 문화의 위상을 높인 전시”라며 뿌듯해했다.
작가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뉴욕은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현대미술의 세계적 중심지다. 전 세계 작가들이 치열하게 투쟁하는 뉴욕에서 전시 제의를 받고 영광스러우면서도 두려움을 느꼈다. 나선형의 특이한 공간에 작품을 전시한다는 것은 풀기 힘든 숙제였지만 결과적으로 만족한다. 몸으로 보고 느끼고 부딪치면서 마음에 반향을 일으키는 내 작업의 특성을 잘 살리는 전시라고 생각한다.”
오프닝 행사에 맞춰 이번에 처음 열린 ‘KF Day’ 행사는 그동안 재단과 관계를 맺었던 각계각층 인사와 현지 한인사회의 주요 인사를 초청해 이곳에서 열리는 이우환 회고전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동시에 한국과 한국 문화를 알리는 강연과 세종솔로이스츠의 연주회도 펼쳤다. 김병국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한국을 마케팅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친구를 만드는 일이고 이를 위해선 문화의 힘이 필수적이다”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공개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