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무제 울산과학기술대 총장
대학교육 만족도 하위권인 현실
한 국가의 경쟁력은 그 나라의 대학 경쟁력에 비례하고 대학교육의 질은 대학의 재정 투자에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세계 대학들은 교육의 질 향상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이루기 위한 파괴적 교육혁신모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에서도 이를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교수만이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기존 교육의 전제에서 탈피해 컴퓨터 기반의 학생 주도적 맞춤식 교육모델을 개발하여 교육의 질 향상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 대학들은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이미 30% 이상의 비용 절감과 교육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가 다수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대학교육의 시간강사 의존율이 매우 높다.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시간강사 인건비는 줄잡아 연간 5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컴퓨터 기반의 새로운 교육모델 개발로 시간강사 의존도를 절반만 줄여도 연간 약 2500억 원의 등록금 인하 효과를 낼 수 있다.
울산과학기술대(UNIST)는 2009년 개교 때부터 모든 강의를 ‘100% 영어 강의’와 ‘블랙보드’라는 IT 기반의 학습관리시스템을 이용하여 시간강사 없이 진행하고 있다. 강의자료를 미리 블랙보드에 올려놓고 학생들로 하여금 선행학습을 하게 한 후 강의시간에는 토론수업을 유도함으로써 창의성을 개발하고 학습의 질을 향상시킨다. 이를 위해 모든 캠퍼스에 와이파이 망을 설치하고 전 교수와 학생에게 스마트폰을 갖게 해서 언제 어디서든지 블랙보드에 접속해 선행학습을 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교수들과 토론 및 질문을 할 수 있다.
IT 활용 땐 교육비 절감 효과도
과목에 따라서는 온라인 선행 학습을 한 후 일주일에 두 번 하던 교수의 대면 수업을 한 번으로 줄이는 블렌디드모델을 적용하여 교육의 질 향상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한다. 이 방법은 울산과기대의 100% 영어 강의 조기 정착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KAIST 사태로 대학의 영어 강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울산과기대에서는 학생들이 오히려 대학의 100% 영어 강의 정책을 후퇴시키지 말라고 대학에 건의하는 것을 보면 학생들이 영어 강의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무제 울산과학기술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