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백-삼나무 ‘치유의 숲’ 각광
국내 최대 편백 인공 조림지인 전남 장성군 서삼면 축령산이 치유의 숲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지난해 10만여 명이 다녀갔다. 17일 탐방객들이 축령산 임도를 따라 걷고 있다. 장성=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17일 오후 전남 장성군 서삼면 축령산 치유의 숲 안내센터. 편백으로 꾸며진 센터 안 벽면에 오색 색종이가 가득했다. 센터 측이 운영하는 ‘아토피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쓴 편지다. 숲 속에서 한나절을 보내면서 나무와 친구가 된 아이들은 숲의 고마움을 동심에 담아 전했다. 센터를 나와 산허리를 끼고 도는 길은 온통 초록색 터널이다. 시원스레 쭉쭉 뻗은 편백과 삼나무가 하늘을 향해 도열하듯 서 있다. 이날은 평일인데도 비교적 많은 사람이 산을 찾았다. 손을 잡고 걷는 노부부, 광주에서 체험학습 나온 학생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에서 온 공무원들, 충북 영동에서 온 산악회원 등 숲길을 걷는 이들의 모습은 모두 여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 치유의 숲
축령산이 치유의 숲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편백과 삼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phytoncide) 때문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결과 나무 중에서 편백나무와 구상나무, 삼나무가 피톤치드 발산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버려진 숲’에서 ‘생명의 숲’으로
축령산은 1950년 6·25전쟁 당시에는 황폐화된 황무지였다. 버려진 산에 21년간 나무를 심고 가꿔 지금의 생명의 숲으로 만든 이가 바로 임종국 선생(1915∼1987)이다. 가산을 털고 빚까지 얻어가며 나무를 심었던 그는 결국 죽어서도 숲의 일부가 됐다. 그는 임종 후인 2005년 축령산의 13년생 느티나무 아래에 수목장으로 안장됐다. 산림청은 2002년 이 숲의 가치를 인정해 매입한 뒤 현재 국유림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무려 10만여 명. 축령산이 생명의 숲으로 거듭나자 산림청은 4월 안내센터와 산림치유필드, 전망대 등 부대시설도 증축했다. 현재 ‘하늘’ ‘산소’ ‘숲내음’ 등 테마별로 총 10.2km의 치유 숲길을 조성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양수 장성군수는 “축령산 둘레길이 개장하면 ‘치유와 건강’을 아우르는 국내 명품 길이 될 것”이라며 “축령산의 산림자원을 잘 활용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육성시키겠다”고 말했다. 축령산을 기차여행 할 수 있는 열차상품도 출시됐다. ‘축령산 산소열차’는 이달부터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한다.
장성=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