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 지음/356쪽·1만1000원·창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씨도 “자신의 처지마저 조롱할 수 있는 유머와 풍자가 뛰어나다”며 이 작가에 주목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의 첫 번째 장편 소설인 이 책은 ‘역시 김애란!’이란 감탄사를 뱉게 만든다. 절망과 슬픔의 심연으로 끝도 없이 추락하며 가슴 울컥하게 만들다가도,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피식 웃게 만드는, 울리고 웃기는 글쟁이의 재주넘기가 현란하게 펼쳐진다.
어쩌면 단순할 수도 있는, 그저 그런 신파조의 이야기는 냉철한 감정과 상황 묘사, 입에 착착 감기는 대화, 그리고 유머와 반전으로 생기 있게 살아난다. 조로증에 걸린 아름이가 병마와 싸우면서 또래보다 훌쩍 성숙해져 내뱉는 말들은 기특하면서도 가슴 아프다.
아름이는 TV 기부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면서 작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디션에 제 또래 애들이 오십만 명이 넘게 응시했대요. 뭔가 되고 싶어 하는 애들이 그렇게 많다는 데 좀 놀랐어요.…제 눈에 자꾸 걸렸던 건 거기서 떨어진 친구들이었어요. 결과를 알고 시험장 문을 열고 나오는데, 대부분 울음을 터뜨리며 부모 품에 안기더라고요.…그 느낌이 정말 궁금했어요. 저는 뭔가 실패할 기회조차 없었거든요.”
소설가 김애란 씨는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늙는다’는 것과 ‘산다’는 것에 대한 사색을 눈물과 웃음으로 버무려냈다. 창비 제공
작품은 툭툭 터지는 웃음과 기발한 장면으로 무겁게 가라앉지 않아 현실감을 획득한다. 나이키 매장을 열었다 실패하자 온 가족이 체육복만 입고 지내 ‘태릉선수촌이 됐다’든가, 기부 프로그램에 나가게 된 아름이 가족이 전날 마스크 팩을 하다가 ‘정작 방송에서 초췌해 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는 장면 등이다.
“엄마, 언젠가 이 아이가 태어나면 제 머리에 형 손바닥이 한 번 올라온 적이 있었다고 말해주세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