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은 산중에 있어도, 몸과 마음은 언제나 중생과 함께 해야”
15일 중국 허난 성 뤄양의 바이마사에서 열린 한중 불교 학술포럼에서 천태종 총무원장인 정산 스님이 개막식 축사를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양국 불교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대한불교 천태종 제공
15일 중국 허난(河南) 성 뤄양(洛陽)에 위치한 바이마(白馬)사. ‘제4차 한중 불교 학술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발언하는 중국 베이징사범대 철학과 쉬원밍(徐文明) 교수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바이마사는 후한 때인 68년경 세워졌으며 중국 최초의 사찰로 알려져 있다. 이곳 수도승들은 중국 불교의 발원지라는 의미를 담아 이 절을 석원(釋源)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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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측 참석자들도 국내 불교 현실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금강대 불교학부 최종석 교수는 “스님들이 받는 교육이 시대적 요구와 동떨어져 있어 환경문제나 노사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출가자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도덕적으로 신뢰받지 못하는 점이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쉬 교수는 “불교가 변화하지 못한다면 중국 대륙이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는) 한국 개신교의 한 개 교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며 위기감을 표명했다.
이 포럼은 대한불교 천태종과 중국 중화종교문화교류협회가 ‘불교교육과 사회발전’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것으로 2008년부터 양국을 오가며 열리고 있다.
중국 불교문화연구소 쑹리다오(宋立道) 소장은 “오늘의 불교교육은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이라는 목표가 희박해진 채 교학 활동에 그치고 있다”며 “지금의 학승(學僧)들은 지식과 학식은 깊을지 몰라도 승격(僧格)과 승품(僧品)이 떨어져 옛 고승대덕들의 경지까지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교가 점점 사회와 동떨어지며 유리되고 있다는 비판과 새로운 제안도 나왔다. 최 교수는 “불교는 여전히 다른 종교에 비해 사회적 기여도가 낮다”면서 “불교가 제대로 서려면 세상과 소통하고 사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불교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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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은 포럼이 끝난 뒤 “불교가 더는 대중과 따로 겉돌아서는 안 되며, 산 속이 아닌 도심 속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9시간가량 진행된 포럼에서 양국 불교 지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불교가 살기 위해서는 다시 중생에게 다가서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됐다.
뤄양=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