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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플러스/칼럼]이 시대 마지막 슈퍼모델 지젤 번천

입력 | 2011-06-14 14:36:18


\'피델리아\' 광고 모델 지젤 번천

5월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가 2010년 한해 가장 많은 수입을 기록한 모델 랭킹을 발표했다. 영광의 1위를 차지한 모델은 4500만 달러(약 490억원)를 벌어들인 브라질 출신의 모델 지젤 번천이었다.

패션모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2010년도 랭킹에서 그의 수위 자리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벌써 6년째 모델 수익 랭킹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말이 딱 맞지 않나 싶다.

한국판으로 리메이크 되어 방송된 미국의 패션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런웨이(Project Runway)의 사회자로도 유명한 독일 출신의 모델 하이디 클럼이 그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지만 지젤의 수익에 반을 밑도는 2000만 달러(약 220억원)-물론 이 금액도 상당한 수익임에는 틀림없지만-를 기록했을 뿐이다.

포브스가 발표한 2010년도 수익과 활동 사항을 베이스로 한 랭킹 중 지젤 번천이 포함된 부문은 딱히 모델 부문에 한정되지 않는다. 모델 랭킹 뿐 만 아니라 전체 유명인 랭킹(Celebrity Power Ranking)에서도 모델로서는 최고 순위인 60위로 등극했다. 할리우드 대표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69위)나 미드 '섹스 앤 더 시티'로 유명한 사라 제시카 파커(73위)보다 높은 순위다.

그만큼 지젤 번천이 모델 계에서 뿐만이 아니라 연예계 전반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해도 뭐라 토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랭킹에서 지젤 번천에게 진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그것은 그가 2010년 벌어들인 수입이 2009년도에 벌어들인 것보다 무려 2배 이상으로 출산 전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실적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사실 타고난 체형과 몸매가 생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델들에게, 출산은 큰 전환점이 되는 시기다. 이 때 몸매 관리를 어떻게 하는가는 다시 예전 몸매로 복귀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이어지고 모델로서 화려한 복귀가 가능하냐 아니냐가 판가름이 나는 편이다.

2009년 임신과 출산을 한 지젤 번천이 2010년은 그만큼의 수입을 올렸다는 사실은 그가 전성기 못지않은 몸매로 복귀해 이전만큼이나 많은 브랜드의 모델로 복귀 활동을 재개하게 되었던, 그야말로 여왕의 복귀를 알리는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정말 이 몸매가 출산을 마친 여성의 몸매인가 입이 벌어질 정도로 완벽한 몸매를 다시금 선보인 지젤 번천은 그야 말로 슈퍼모델 그 자체인 것이다.

▶13살 모델 스쿨 입학… '호스 워킹'으로 주목받기 시작

지젤 번천은 13살이던 1993년 쌍둥이 언니인 패트리샤와 함께 모델 스쿨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모델 세계에 발을 들였다. 16살이 되자 고향인 브라질을 떠나 뉴욕에서 모델 생활을 시작하고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그는 각종 패션쇼 무대의 주역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그는, 이제는 캣워크의 모델이라 하면 머리 속에 어김없이 먼저 떠오르는 걸음걸이, 마치 말처럼 성큼성큼 큰 폭으로 걸음을 디디며 앞뒤로 차내듯 걷는 워킹, 바로 '호스 워크(Horse-walk)'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패션쇼에 선 지젤 번천.


특히 이제는 고인이 된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1998년 패션쇼에서의 인상 깊게 등장한 뒤 최고의 유명 디자이너들로부터 차례차례 러브콜을 받으며 패션쇼의 메인 모델로 나서게 되고 슈퍼모델로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사실 지젤 번천이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아닌, 일반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큰 계기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사귀면서 부터다. 할리우드의 촉망 받는 미남 배우인 디카프리오와 2000년도부터 약 5년간 사귀면서 그는 '레오의 여인'으로 상당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그 화려했던 연애는 디카프리오의 여성 편력이 이유가 되어 종지부를 찍었고 그 후 그는 미식축구계의 왕자님이라고 불리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트의 쿼터백 톰 브래디와 새로운 연애를 시작, 2009년에 결혼에 골인해 그해 12월에 첫 자녀를 출산해 '마마 모델'의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에서는 미식축구가 인기 스포츠가 아니라 크게 실감이 나지 않을 지도 모르겠지만 미국 내에서는 번천의 결혼을 두고 세기의 커플 탄생이라는 총평이다. 미국에서 톰 브래디의 인기는 과히 하늘을 찌른다고 해도 심한 표현은 아닌 정도이기에 이 인기 절정의 미남 스포츠맨과 슈퍼모델의 결합은 이전 인기 배우와 슈퍼모델의 만남 때의 반응을 가뿐히 뛰어 넘었던 것이 사실이다.

▶7년간 빅토리아 시크릿의 '엔젤'로 활약

번천이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또 하나의 계기는 미국의 란제리 브랜드인 '빅토리아스 시크릿'의 메인 모델로 오랫동안 활약한 것이다.

'빅토리아 시크릿'이 단순한 란제리 브랜드를 넘어서 하나의 신드롬이 된 이유는 매년 한차례 공중파 방송국(CBS)과 함께, 유명 가수들의 무대까지 어우러지는 거대 란제리 패션쇼를 열기 때문이다.

모델에게 있어 이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는 섹시한 슈퍼모델로 등극하는 상징적인 이벤트인데 이 패션쇼에 서게 되는 빅토리아스 시크릿의 모델인 '엔젤'로 선정되면 그 순간부터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지난해 포브스 모델 수익 랭킹의 상위를 차지한 모델들의 대부분은 현재 빅토리아스 시크릿의 엔젤이거나 과거 엔젤 출신일 정도다. 지젤 번천이야 말로 2000년도부터 7년간 엔젤의 자리에 머물렀을 정도로 빅토리아스 시크릿의 대표 모델이기에, 많은 대중들은 지젤 번천하면 환상적인 몸매를 가진 엔젤로 기억하는 경우 또한 많다.

사실 빅토리아스 시크릿의 란제리 모델로 캣워크를 누비는 지젤 번천을 보고 즐거워 하는 것은 비단 남성들만은 아니다. 그의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몸매를 보면서 감탄하는 여성들이 더욱 많기에 엔젤로 활약하던 당시 번천이 입고 나온 아이템들은 어김없이 매장에 물건이 전부 동이 난다고 할 정도로 그 자체가 최고의 베스트셀링 아이템이었다.

그런 지젤 번천이었기에, 그가 빅토리아스 시크릿의 엔젤을 그만두게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전 세계의 수많은 란제리 브랜드들은 그에게 열렬한 구애를 펼쳤다. 구애자 중에는 한국의 란제리 브랜드인 CJ오쇼핑의 '피델리아'도 있었다.

올해 2월 패션지 보그 차이나의 커버를 장식한 지젤 번천.


▶그녀가 현재 활동하고 있는 모델 중 유일한 슈퍼모델로 꼽히는 이유

필자는 2007년도 가을, 이탈리아 패션하우스인 베르사체의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며 번천을 처음 만났다. 그리고 4년여 만에 피델리아의 광고 캠페인 작업을 위해 다시 만났다. 그간 많은 개인적인 변화가 있었기에 그는 이전보다 훨씬 어른이 된 느낌이었다.

번천에게 그가 아직 한번도 접하지 못한 한국의 란제리 브랜드, 그것도 홈쇼핑 베이스의 란제리 브랜드의 광고 캠페인 작업을 함께 하자고 설득하는 작업은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홈쇼핑의 이미지가 상당히 격상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외국의 홈쇼핑 관련 이미지는 조금의 촌스럽고, 아주 패셔너블 하지 못한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피델리아 라는 브랜드는 패션지 위주의 광고나 화보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던 브랜드가 아니었기에, 이전 시즌의 이미지 또한 부족해서 설득에 굉장한 애를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작업을 꼭 해야 하는 이유를 말해줘요."

번천 특유의 브라질의 포르투갈어가 섞인 영어 액센트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이 란제리 브랜드가 10주년을 맞았고, 또한 그 기념으로 이전까지 쓰던 로고와 트레이드 마크까지 바꾸는 등 대대적인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에, 거기에 적합한 모델은 당신밖에 없다고 판단했어요. 마치 지금의 당신처럼요. 이전의 모델로서의 삶에 결혼 출산 육아 등이 더해진 새로운 당신의 삶처럼, 브랜드도 10주년을 맞아 새로운 이미지로 거듭나고 싶어하거든요"라고 말하자 그는 특유의 경쾌한 어투로 "좋아요! 함께 가요!" 라고 대답해 주었다.

정말 촬영현장에서의 지젤 번천은 브라질인 특유의 명랑 경쾌함을 몸소 보여 주었고 오랜 기간 숙련된 최고 모델로서의 움직임은 작업을 부드럽게 이어지게 했다. 현장에 있던 브랜드 스태프 들은 연신 '역시 슈퍼모델이라 다르다'는 감탄사를 연발했고, 덕분에 촬영은 예상 시간보다 빨리 끝났다.

베테랑 란제리 브랜드 모델이기도 한 그녀이기에, 착용해 본 소감에 대해서 잊지 않고 클라이언트에게 이야기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왜 아직도 그녀가 슈퍼모델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지젤 번천, 그녀는 1999년 미국판 보그지의 커버에 처음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의 패션지 및 잡지의 커버모델로 총 600회 이상 등장했다고 한다. 전성기가 지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콧방귀라도 뀌듯, 2010년부터 지금까지, 일본판 보그, 프랑스판 보그를 비롯 총 8번 잡지 커버(약 2달에 한번 꼴)에 등장하는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주며 다시 한번 지젤 번천의 시대가 도래 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아직도 현존하는 최고의 패션 포토그래퍼들(마리오 테스티노, 스티븐 마이젤, 패트릭 드마쉘리에 등)로부터 러브콜이 끊이지 않고, 왕년의 내로라하는 슈퍼모델들(나오미 캠벨, 클라우디아 쉬퍼)이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모델 중 유일한 슈퍼모델이라 말하는 지젤 번천. 이전까지의 활약보다 앞으로의 활약에 더욱 기대가 커진다.

조벡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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