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윈서만 90여명 징계예고… “제대로 쳐낸다는 말 돌아”
여파 어디까지… 촉각 곤두세운 삼성 삼성그룹 직원들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을 지나고 있다. 그룹 청렴도 전반에 대한 이건희 회장의 질타가 나온 이날 삼성 직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그가 삼성테크윈에 특히 격노한 이유는 이 회사 임원들이 로비를 해놓고 “방위산업의 특성상 로비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룹 감사 결과에 반발했기 때문이다. 삼성테크윈은 올해 1월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고, 이런 내용이 회장 측근에게 투서 형식으로 전해져 2월부터 강도 높은 감사를 다시 받아야 했다.
삼성그룹이 지난해부터 그룹 감사와 자체 감사를 진행한 곳은 최소 8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카드는 삼성SDS와 부당 카드할인 의혹으로 경찰이 내사하자 그룹이 직접 나서 감사를 진행했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지난해 1월 정연주 사장이 새로 오면서 전방위적으로 그룹 감사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최근 디지털이미징사업부에 대해 자체 감사를 실시했다.
삼성테크윈을 비롯한 중공업, 화학 계열사에서는 임직원의 일상적인 비리가 주로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직원이 법인카드를 개인 대소사를 처리하는 데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근무시간에 골프연습장과 사우나 등을 들락거리다 감사에 걸린 직원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계열사에서는 이런 문제가 기존 감사에서 여러 차례 적발됐음에도 같은 비리가 반복됐다.
금융 계열사의 비리는 건수가 많지 않지만 사안이 심각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한 금융 계열사에서는 직원이 거액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사실상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이후 삼성 금융 계열사에서 해고당하거나 스스로 그만둔 직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시범 케이스가 된 삼성테크윈의 임원들은 ‘도덕불감증’ 수준의 행태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산업체의 특성상 로비를 받고, 또 해야 하는데 이게 무슨 문제인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원들은 감사 결과 드러난 비리에 대해 책임을 지기는커녕 오창석 전 사장의 문제로 돌리기도 했다고 삼성 관계자는 전했다.
앞으로 삼성그룹은 사정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문제된 일부 계열사 가운데 서너 곳을 집중적으로 ‘제대로 쳐낸다’는 말이 있다. 미래전략실에서 엄중 처벌을 벼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영컨설팅도 병행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단 썩은 곳을 쳐낸 뒤에는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의미인 것으로 해석된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