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모차르트 협주곡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제대로 못해 걱정인데, 제자가 그 곡을 깔끔하게 연주하면 시샘이 나기도 한다”며 웃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13일 리사이틀, 18일 캐나다 출신의 파이프오르가니스트 켄 코완 씨와의 협연, 21일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 여기에 제자들 실기 가르치랴, 콩쿠르 심사위원까지 하랴.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그를 7일 저녁 한예종 연구실에서 만났다.
“독주회는 예전에 잡혀 있었고 협연 제의들이 와서 응했는데, 공연이 몰리게 됐네요. 그냥 대충할 수도 없고…. 머리는 복잡한데 연습은 잘 안 되네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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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서 ‘별나게 바쁘게 지낸다’ ‘나이 들어서 뭐 그렇게까지 연주를 하느냐’고 얘기도 하죠. 하지만 일생 연주를 잘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연습했는데 나이 들었다고 악기를 놓으면 허무한 것 아니겠어요.”
김 교수는 13일 리사이틀에서 같은 학교에 있는 피아니스트 강충모 교수와 헨리 에클레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 등을 협연한다. 생애 첫 파이프오르간과 협연에 나선 18일에는 비탈리의 ‘샤콘’ 등을 펼친다. 21일에는 모차르트 ‘협주곡 제4번 D장조’를 연주한다. 어떤 공연이 가장 부담될까.
“독주회는 즐기는 편이라 협연이 좀 더 부담스럽습니다. 독주야 이런저런 곡 다할 수 있는데 협연은 맞춰가야 하니까요. 솔직히 좀 창피한 얘기지만 파이프오르간하고 협연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생각도 못했죠. 공연이 어떻게 될까 저도 무척 궁금해요.”
김 교수는 국내 바이올린계의 대모(代母)로 불린다. 1977년 경희대 강단에 선 이후 서울대를 거쳐 한예종까지 34년 동안 후학 양성에 힘썼다. 김지연, 백주영, 양고운, 이경선, 김현아, 민유경부터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신현수, 클라라 주미 강, 장유진이 모두 그를 거쳐 간 제자들이다. 그는 대모란 말에 “그 소리를 듣는 게 정말 싫고, 내 생각에 아무래도 대모는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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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학생들과의 정(情)이 예전 같지 않아 서운하다”고도 했다. 사제의 정이 과거처럼 끈끈하지 않다는 것. 최근 학생 폭행 논란으로 파면된 서울대 김인혜 교수 얘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김 교수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고 진상은 몰라요. 하지만 옛날엔 선생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했는데 요즘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물론 선생이 학생에게 괴로움을 줬다면 잘못된 겁니다. 다만 학생이 선생을 욕하고 투서까지 하는 것을 보면 씁쓸하죠.”
그는 2001년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2006년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등 굵직한 국제 콩쿠르 심사를 맡아왔다. 그에게 ‘재능이 나타나는 연주란 무엇일까’라고 물었다.
“누구나 곡을 깔끔하게 연주할 수는 있어요. 말도 못하게 열심히들 준비를 해오니까요. 결국 개성이 있어야 하는데 지나치면 상스러운 연주가 되기도 하죠. 적절하게 튀는 개성적인 연주, 그게 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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