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화났다/최숙희 글·그림/40쪽·1만500원·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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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화났다’는 제목에서도 그런 복선이 읽힌다. 주인공 ‘산’처럼 4∼5세 꼬마에게 ‘엄마’와 ‘화’라는 단어는 애초부터 같은 문장에서 공존하기 힘든 낱말이다. 굳이 같이 들어 있으려면 ‘잠시 동안’이라는 촉매제가 두 단어 사이에 반드시 있어야 할 듯하다. 천진난만한 산이는 자장면을 무척 좋아한다. 자장면을 먹을 때면 “나는 자장 괴물이다. 자장 나라를 다 먹어치우겠다”며 게걸스럽게 먹어댄다. 식탁이나 벽지에 자장이 묻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
자장이 묻은 얼굴을 씻기 위해 들어간 목욕탕에선 비누거품으로 장난을 치느라 정신이 없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들어간 방에선 벽지 전체를 스케치북 삼아 버린다.
작가는 헤어지려야 헤어질 수 없는 모자 관계를 환상을 곁들인 얘기에 우회적으로 풀어냈다. 독자인 아이들은 자신의 얘기를 대신 해주는 듯해서 시원함을 느낄까. 주인공 산이를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했더니, 작가가 ‘열두 띠 동물 까꿍 놀이’를 그린 바로 그 작가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