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아 경제부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논리다. 하지만 유독 특정 산업이나 품목에 일시적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앞에서 돌변하는 정치권의 태도를 보면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시한이 만료되는 조특법을 연장해 달라며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올해만 18건에 이른다. 지난해 발의된 15건을 넘어선 수치다.
정당별로는 조세감면조항을 줄여 무상복지 재원을 마련하자고 했던 민주당이 14건으로 가장 많았다. 4·27 재·보선 이후 부쩍 친서민을 강조하는 한나라당이 3건을 내놨다. 세수를 늘려 복지를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정치권이 정작 뒤에선 세금을 깎아주는 조특법 연장에 발 벗고 나선 셈이다.
정치권은 조특법이 살림살이가 팍팍한 서민의 세금을 깎아주기 위한 것인 만큼 서민경제 살리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특법의 상당수는 선심성 법안들이다. 택시운전사를 위한 부가세 감면제도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너도나도 앞장서 관련 법안만 올해 4건이 제출됐다. 영·유아용 기저귀와 분유에 대한 부가세 면세제도를 연장하자는 법안도 마찬가지다. 노골적으로 자신의 지역구에 특혜를 주는 조특법도 적지 않다.
국회의원들이 국민 모두가 혜택을 받는 보편적 복지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세금 혜택은 굳이 특정지역이나 산업에 계속 줘야 한다고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조특법 연장에 대한 심의 기간이 불과 며칠로 짧아 세금 감면의 타당성을 충분히 고민하는지도 의문이다. 정말 실효성 있는 복지확대를 위해서라면 경쟁적인 세금 감면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치권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에 국민들은 다시 한 번 실망하고 있다.
조은아 경제부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