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연봉의 1%도 좋아 … 너무 고마워 가족과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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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국내 팬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한국과 일본이 3, 4위전에서 맞붙었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다. 그는 이승엽(현 오릭스)의 결승타를 앞세운 한국에 패한 뒤 중계 카메라 앞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그만큼 자존심과 승부욕이 강했다. 그의 이름은 나카무라 노리히로(38·사진)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카무라는 요즘 일본에서 최고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라쿠텐에서 방출돼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았으나 23일 전격적으로 요코하마에 입단하게 된 것이다.
그가 올해 받는 연봉은 고작 500만 엔(약 6700만 원). 전성기에 받았던 금액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24일 기자회견에서 “요코하마로부터 연락을 받고 온 가족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믿고 기다렸더니 꿈이 이뤄졌다”고 했다. 그는 혼자서 배팅 머신에서 나오는 공을 치며 현역 복귀를 준비해 왔다.
일본 팬들은 그가 앞으로 어떤 드라마를 연출할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2004년 이후 그의 야구 인생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긴테쓰와 오릭스의 합병 와중이던 2004년 겨울 그는 오랫동안 꿈꾸던 메이저리그를 노크했다. 결국 LA 다저스에 입단했지만 수중에 들어온 돈은 겨우 50만 달러(약 5억5000만 원)였다. 다저스에서 그가 경쟁한 선수는 다름 아닌 최희섭(KIA)이다. 1루수 주전 경쟁에서 밀린 그는 고작 17경기에만 출전한 뒤 2006년 2억 엔(약 26억90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일본 오릭스로 돌아왔다.
2007년에 그는 선수 생활의 두 번째 전성기를 맞는다. 정규 시즌에서 20홈런을 친 데 이어 일본시리즈에서 맹활약(타율 0.444, 4타점)하며 생애 처음으로 일본시리즈 MVP에 선정된 것이다. 그는 당시 주니치 소속이던 이병규(LG)와 함께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듬해 연봉은 5000만 엔(약 6억7200만 원)으로 뛰었다. 그는 2008년 24홈런을 친 뒤 최근 2년간은 라쿠텐에서 뛰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산전수전, 우여곡절을 다 겪은 나카무라는 메이저리그를 포함해 올해로 프로 20번째 시즌을 맞는다. 그가 탄 롤러코스터의 종착역은 과연 어디일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