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취중토크] 20년 지기 신영철-신태용 감독 “우린 지고는 못 살아”

입력 | 2011-05-26 07:00:00

조기축구서도 목숨거는 축구감독
축구경기하다 인대나간 배구감독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오른쪽)과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은 고향 선후배 사이다. 24일 서울 서초동 식당에서 술잔을 맞댄 두 감독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동향에 성격비슷…공 차며 우애 다져
서로 팀 지면 자기 팀 진 것마냥 억울
“나태한 후배 엄하게 혼쭐” 죽이 척척


경상북도 울진군 후포에서 해안도로로 접어들면 그림 같은 절경이 펼쳐진다. 차창 밖으로 감상하며 약 20여분을 더 달리면 영덕군 영해다.

프로배구 대한항공 신영철(47) 감독의 고향이 후포, 프로축구 성남 일화 신태용(41) 감독의 고향이 영해다.

둘은 1996년 분당의 G클럽이라는 조기축구 모임에서 만났다. 고향도 같고 성격도 비슷해 금방 친한 선후배 사이가 됐고 선수에서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도 줄곧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4월 프로배구 대한항공-삼성화재 챔피언결정전과 성남의 K리그 경기가 겹친 날 신태용 감독은 대한항공이 패했단 소식에 자신이 진 것 마냥 분해 했다.

“술도 사람도 좋아 한다”는 신태용 감독과 “술은 못 마셔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는 좋아 한다”는 신영철 감독을 24일 저녁 서울 서초동 식당에서 만났다.

● 20년 지기

두 감독이 얼마나 격의 없는 지는 인터뷰 장소를 정할 때부터 알 수 있었다.

신태용 감독은 “축구가 배구보다 레벨이 훨씬 높으니 축구 감독인 내가 장소를 정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신영철 감독에게 전하자 웃으며 “이 놈의 자슥. 안 되겠네”라면서도 “태용이가 분위기 좋은 음식점을 많이 아니 그렇게 하자”고 동의했다.

둘 모두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가 억세다. 취중토크를 하면서도 사투리는 계속됐다. 평소 경기장에서 인터뷰 할 때는 발음을 알아듣기 힘들어 고생했는데 이날은 사투리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신영철 감독은 신태용 감독이 성남 사령탑으로 확정된 직후 여의도에서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LG화재 감독을 하다가 중도 사임한 아픈 경험이 있던 신영철 감독은 “나처럼 되면 안 되는데…. 이런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앉자마자 태용이 입에서 나온 첫 마디가 ‘이름값으로 축구하는 선수들부터 바로 잡아야겠다’는 것이었다. 그 때 자세가 돼 있다는 걸 느꼈다. 태용이가 많은 준비를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지고는 못 살아

신태용 감독은 승부욕 강하기로 유명하다. 조기축구회에서 뛰어도 지는 건 절대 안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신영철 감독도 만만찮다. 세터였던 그는 선수시절 월드리그 대회 때 아프다는 핑계로 열심히 하지 않았던 공격수 후배에게 일부러 토스를 올려주지 않아 군기를 바짝 잡았다. 조기축구회 나가서도 질 수 없다는 근성도 신태용 감독과 똑 같다.

“배구할 때도 잘 안 다치던 몸을 축구하다 다쳤다. 축구는 배구만큼 맘대로 안 되니 몸으로 때우고 거칠게 했다. 그렇게 하니 인대 나가고 발목 나가더라. 어쨌든 우리는 지는 건 못 참는다.”

신태용 감독이 거들었다. “그럼, 우리는 지고 못 살아. 근데 형이 축구를 못 한다고? 왜 이래. 우리 조기축구회 최고 멀티 플레이어면서.”

● 사령탑으로서

종목은 달라도 둘 모두 한 팀의 감독을 맡고 있다. 밖에서 볼 때는 화려해 보여도 성적이라는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주는 한 없이 고독한 자리다.

신태용 감독이 “작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16위 감독(신 감독은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선정한 2010년 세계 최고 클럽 감독 16위에 올랐다)이었는데 올해는 K리그 15위다”고 푸념하자 신영철 감독이 “승리도 패배도 감독은 즐겨야 한다. 그리고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안 되면 깨끗하게 물러나면 된다”고 위로했다.

두 감독 모두 ▲아픈 선수 절대 억지로 훈련시키지 않는다 ▲우리 선수시절 때 생각하지 말고 눈높이를 선수에게 맞춘다는 두 가지를 철칙으로 삼고 있다. “단, 정신 자세가 나태해졌을 때는 눈물 쏙 빠지게 혼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죽이 척척 맞았다.

신영철 감독은 축구 기사는 잘 안 봐도 신태용 감독의 인터뷰 기사 등을 꼼꼼히 챙겨 읽는다. 좋은 점이 있으면 참고 한다. “후배에게 배우는 거 절대 창피한 거 아니다. 선수들에게도 배울 때가 있다.”

신영철 감독이 후배에게 한 마디 충고를 던진다. “태용아, 안 되면 되게끔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도 지도자 몫이다.”

올 시즌 들어 주축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가 고생 중인 신태용 감독이 화답했다.

“맞아. 형.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지. 후반기에 쭉쭉 치고 올라갈게.”

윤태석 기자 (트위터 @Bergkamp08) sportic@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트위터 @k1isonecut) onecut@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