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다음 샷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격려16번홀 절망의 순간 잡아줘… 최 “그는 내 아내이자 가족”
최경주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지은 뒤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한동안 흐느꼈다. 전담 캐디 앤디 프로저(스코틀랜드)였다. 올해 환갑으로 백발이 성성하고 허리마저 구부정한 프로저는 최경주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흐뭇해했다. 마치 삼촌과 조카처럼 정겨워 보였다. 최경주는 “앤디는 내 아내이자 가족이자 형제”라며 “내가 흔들릴 때면 뛰어난 유머 감각과 격려로 즐겁게 해준다”며 고마워했다.
이날 16번홀(파5)에서 최경주는 티샷이 나무에 맞아 위기를 맞은 반면 1타 차 선두였던 데이비드 톰스는 페어웨이에 떨어져 투온을 노릴 만한 상황이었다. 최경주가 ‘우승은 물 건너갔다’고 절망하는 순간 프로저는 “걱정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다음 샷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위로해 역전 우승을 이끌었다.
최경주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첫 연장전을 치러 긴장감이 컸다. 프로저는 1987년 닉 팔도(잉글랜드)가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할 때 호흡을 맞췄으며 팔도가 1989년 마스터스 연장전에서 스콧 호크를 꺾고 정상에 섰을 때도 가방을 멨다. 베테랑 캐디의 풍부한 경험은 최경주에게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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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는 연로한 프로저를 위해 캐디백을 가볍게 하며 그가 힘들어하면 과감하게 휴가를 주며 배려했다. 치아 교정 비용도 부담했다.
전담 캐디는 보통 우승 상금의 10%를 보너스로 받는다. 최경주가 이번 우승으로 단일 대회 최다인 171만 달러를 받았으니 프로저의 보너스 역시 생애 최다를 기록하게 됐다.
■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총상금 950만달러 ‘제5 메이저’… 우승땐 투어시드 5년간 확보
1974년 창설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1982년부터 줄곧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본부가 있는 플로리다 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에서 개최되고 있다. 4대 메이저 대회를 능가하는 상금 규모로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린다. 올해 총상금 규모는 950만 달러로 다른 메이저 대회보다 200만 달러 정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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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