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로 주가폭락 불러 폭리 취하려 했다”
“이것이 범행에 사용된 부탄가스”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이상정 형사과장이 서울역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발생한 사제폭탄 폭발사건 브리핑을 하며 부탄가스 등 증거물을 가리키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경찰에 따르면 특수강도 등 전과 8범인 김 씨는 지난해 7월 출소 후 5명의 지인으로부터 3억300만 원을 빌려 주식 선물거래에 투자했으나 실패해 빚 독촉에 시달렸다. 마지막 ‘한 방’을 노린 김 씨는 범행 전날인 11일 또 다른 지인에게서 5000만 원을 더 빌려 풋옵션(특정 일자에 주가가 폭락하면 이익을 보는 선물옵션)에 투자했다. 선물 옵션 만기일인 12일 자신이 직접 주가를 떨어뜨려 차익을 얻으려 했던 것.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공공시설에서 연쇄 폭발사건이 발생하면 사회적으로 불안감이 조성돼 주가가 폭락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범행에 앞서 평소 알고 지내던 이모 씨(36)에게 20여만 원을 주고 폭죽 8통과 타이머, 휴대용 부탄가스, 배터리 등을 구입하게 했다. 이 씨는 “김 씨가 평소 돈이 많은 것처럼 행세하고 다니기에 잘 보이려고 심부름을 해줬을 뿐 폭탄 재료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12일 오전 4시경 천호대교 밑 한강공원에서 이 씨로부터 재료를 건네받아 폭탄 2개를 만들었다. 제조법은 인터넷을 통해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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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혼 후 경제적으로 어려웠는데 김 씨가 서울역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에 가방을 하나씩 넣고 오기만 하면 3000만 원을 준다고 약속해 일을 맡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폭발 현장에서 확보한 타이머가 경기 파주시 소재 H사에서 생산된 것을 확인하고 구매자들을 파악한 끝에 물건을 구입한 이 씨의 신원을 확보했다.
김 씨는 경찰에 “오사마 빈라덴 사망 이후 사회적으로 테러에 대한 불안감이 큰 점을 이용하려 했다”며 “하지만 사람을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고 이번 일이 이렇게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불러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상정 서울청 형사과장은 “사회에 대한 불만 표출이나 정치적 목적보다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경제적 이득을 노리고 계획한 범죄로 판단된다”며 “김 씨의 실제 주식 투자 기록을 파악하고 있는데 김 씨가 큰 이득을 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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