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임 교육복지부 기자
본보에 첫 기사가 나간 9일. 2009년 대유행했던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사태가 떠올랐다. 감기 증세로 시작해 중증 폐렴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비슷했다. 다시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시작되는 건 아닌지, 기사를 쓰는 기자도 불안했다.
환자 8명 가운데 7명이 임산부라는 점도 우려스러웠다. 10일 알려진 첫 사망자도 산모였다.
A대학병원의 검사 결과를 두고 전문가 회의가 열렸다. 참석자와의 통화에서 ‘감염병으로 보기 어렵다’는 기류를 느꼈다. 평소 친분이 있던 대학병원 교수들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이 30%”라며 “지나친 불안감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을 해줬다.
이번 폐렴이 치사율이 매우 높은 무서운 질환인 것은 사실이다. 원인을 모르니 딱 맞는 치료법도 없다. 하지만 희귀병에 걸릴까 봐 매일 걱정하며 살지는 않듯, 이번 폐렴도 감기처럼 누구나 걸리는 질환은 아니다. 온 국민이 불안에 떨 필요는 없다.
과장된 공포가 확산되던 11일 문제의 질환이 ‘유행 가능성이 낮은 급성간질성폐렴’이라는 질병관리본부 검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정부 발표 이후에도 가족이 원인 불명 폐렴으로 한 달 전에, 1년 전에 죽었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이런 사태에는 정부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 환자 발생 사실을 즉각 확인해주고 브리핑을 한 것은 바람직했다. 하지만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검증하기 어려웠다. 전문가와 학회에는 함구령이 내려졌다. 일례로 A대학병원 주치의는 “언론 대응은 모두 질병관리본부에서 하기로 했다”며 취재를 피했다.
제한된 정보로는 얼마나 위험한 질환인지 알기 어렵다. 위험이 커서 감추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떨쳐 버릴 수 없다. 정부가 불안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언로(言路)를 막으려 했던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