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민주당 새 원내대표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1970년대 경제개발 시대부터 정통 경제관료로 오래 일했다. 17, 18대 국회의원으로 정치 경험도 적지 않다. 김영삼 정부 때 금융실명제 도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재정경제부 차관과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를 거쳤다. 그가 지난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밑에서 요직을 맡지 않았더라면 지금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됐다 해도 이상할 게 없을 듯하다.
민주당은 지난달 경기 성남 분당을(乙)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중도우파 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분당을 승리의 주인공인 손학규 대표에 이어 수원 영통이 지역구인 김 의원이 원내대표로 등장함으로써 민주당은 수도권 출신 ‘투 톱’ 체제를 갖췄다. 민주당이 지니고 있는 호남색(色)을 많이 탈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 및 입법을 놓고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서 대승적으로 협력한다면 민주당을 대안(代案) 정당으로 바라보는 국민이 늘어날 것이다.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 그리고 민주당의 건전한 중도 세력이 당의 중심이 될 때 국민 신뢰는 높아질 것이다. 선진국의 민주진보정당들은 자유민주 및 시장경제 가치의 구현을 통해 총체적 국민이익을 추구한다. 한국의 민주당도 이들처럼 ‘진정한 진보’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손 대표에게는 충실한 시장주의자이자 개방경제의 전도사로 일자리와 성장을 위해 땀 흘려 뛰었던 경기도지사 시절이, 김 원내대표에게는 나라 살림을 튼튼히 하고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경제관료 시절이 있다. 두 사람은 그 순수한 초심(初心)을 민주당 정치의 새로운 원점으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