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연구팀, 유골 연대측정... ‘유전자 혼혈’ 獨주장 반박
네안데르탈인은 중위도 지역의 동굴에서만 살았다. 이들이 현생인류와 만났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사진은 크로아티아 크라피나 박물관에 전시된 동굴 생활 모습. 아틀리에 덴 제공
2만4000년 전, 스페인 지브롤터 해협에 살던 마지막 네안데르탈인은 이런 고민을 했을지도 모른다. 약 50만 년 전에 태어나 서유럽부터 시베리아 남부까지 퍼져 살던 네안데르탈인은 3만 년 전부터 수가 급격히 줄기 시작해 2만4000년 전에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멸종했다.
네안데르탈인의 생존 기간이 호모 사피엔스와 겹친다는 점은 고인류학자들에게 수수께끼였다. 이 기간이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가 유럽과 아시아 대륙 전체에 퍼진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와 적대적이든 우호적이든 교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실제로 수십만 년 동안 변화가 거의 없었던 네안데르탈인의 구석기 도구는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에 진출한 이후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고학자들은 이것이 두 종 사이에 종을 초월한 교류가 있었다는 증거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고고학 논문이 10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됐다. 아일랜드 코크대 고고학과 론 핀하시 교수 연구팀은 흑해 동쪽에 위치한 러시아 메즈마이스카야 동굴의 중기 및 후기 구석기 지층에서 채취한 두 구의 네안데르탈인 신생아 유골 25개에서 콜라겐 성분을 추출해 탄소동위원소 연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이 지역의 네안데르탈인이 기존보다 수천∼1만 년 이른 약 4만3000년 전(탄소보정연대)에 사라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곳은 현생인류가 약 4만 년에서 3만5000년 전에 진출한 지역으로, 만약 이 결과가 맞다면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와 아예 만날 수조차 없게 된다. 이 지역은 페보 부장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 사이의 ‘혼혈’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한 지역과 가까운 곳이다. 연구팀은 “두 인류가 공존한 기간이 없다는 뜻”이라며 “다른 대부분의 유럽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선주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네안데르탈인이 살았던 시기와 장소가 현생인류와 겹친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교류가 있었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며 “둘 사이의 만남이 어떤 식이었는지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진출 경로, 연대 등이 더 정확히 연구된 뒤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