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외부의 대북지원이 중단되고 무기와 마약 등 불법 거래가 국제사회의 압력 및 감시로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해외인력 송출을 통한 외화벌이가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가장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해마다 대외적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공식 무역적자를 내고 있다.
○ 단물은 북한 당국이
10일 해외 작업장에서 탈출한 북한 노동자를 지원하는 ‘북한인권개선모임’ 등의 단체와 현지에서 활동하는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현재 전 세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규모는 6만∼7만 명으로 추산된다.
북한 노동자 3500여 명이 파견된 쿠웨이트의 경우 노동자 한 명이 현지 업체에서 받는 월급은 5000달러 정도. 현지에서 일하는 한국 근로자 임금(7000∼9000달러)에 비해 그렇게 적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중 48%인 2400달러를 북한에서 떼어간다. 쿠웨이트에서만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북한 노동당 금고에 자동으로 송금되는 것이다.
남은 임금 가운데 10%는 방글라데시 송출회사가 뗀다. 이후 현지 북한대사관 노동국에서 25%를, 쿠웨이트 주재 북한 사업소와 각 지역 작업장에서 관리비 운영비 명목으로 각각 30%를 뗀다. 이 돈의 상당 부분도 북한에 보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근로자들이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임금은 숙식비 500달러 정도를 제외하고 200∼300달러다. 그나마 여기에서도 김일성 김정일 생일 등 명절마다 ‘충성의 자금’으로 50∼100달러를 낸다. 또 일하다 다친 사람들의 치료비 명목으로 20달러 정도를 매달 갹출한다.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보위부 간부 등은 현지에 가족과 함께 나와 있는데 이들 가족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술과 두부 등을 만들어 팔며 돈을 번다.
▼ 임금 대부분 김정일 사금고 ‘노동당 39호실’로 들어가 ▼
파견 형식도 북한 당국이 직접 보내거나 해외 송출회사와 계약을 해서 보내는 등 다양하다. 아프리카 국가의 대통령궁이나 대형 조형물 공사에 투입된 노동자는 북한 국영회사가 해당 국가와 직접 계약을 체결해 파견했지만 중동지역의 노동자는 방글라데시 등의 송출회사를 통해 파견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