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
복지 요구 커지는데 난제 수두룩
복지 논의가 탁상공론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먼 미래에 대한 논의 이전에 눈앞에 닥친 문제부터 풀어나가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제도 시행 10년을 넘어서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는 실제로 도움이 안 되는 부양의무자의 존재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데도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는 비수급 빈곤층이 상당수 존재한다. 근로 유인의 부족으로 한번 수급자가 되면 탈수급이 어려운 구조 등으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부가 아니면 전무가 되는 현재 급여체계의 개선문제 등에 상당한 이견이 존재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5세 아동에 대한 무상보육정책을 내년에 차질 없이 시행하려면 인력이나 재원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매듭지어야 하고, 자율형 혹은 공공형 어린이집 등 새롭게 시도되는 각종 정책도 시범사업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밖에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의 연계 문제, 국민연금기금이 투자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 문제 등도 해답이 필요하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선진 외국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내재된 행정편의적, 공급자 위주로 짜인 복지제도의 구조적 문제점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장기적 과제다. 국민연금은 보험료 납입능력이 있는 사람 위주의 갹출제 원칙이 고수되면서 제도 도입 20년이 지나고 있지만 저소득 자영자, 비정규직 근로자, 전업주부 등 상당수 국민이 국민연금에서 소외되고 있다. 근로자 위주의 고용보험 아래에서는 자영자의 경우 사업에 실패하면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고, 산재보험 역시 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배상책임만 강조하다 상당수 국민이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입거나 사망하면 당사자나 유가족이 일시에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에 놓여 있지만 현 시스템으로는 해결이 난망하다. 또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누수 없는 복지 전달체계 구축도 해묵은 과제다.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 지혜 모아야
더욱이 평균수명 연장과 심각한 저출산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구조가 고령화되고 있어 현재의 빈약한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조차 재정적으로 한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신뢰 부족 등으로 보험료 인상을 포함한 재원 조달 방안에 대한 논의는 꺼내기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