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멀쩡하게 공부 잘하던 아이가 게임에 빠져 성적이 떨어진다. 당장 집에서 컴퓨터를 치워버리고 싶지만 신통한 해결책은 아니다. 아이가 자칫 유해환경에 노출될 수 있는 동네 PC방에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며 울상이다.
게임을 시작하는 시기는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다. 게임을 모르면 친구들과 대화가 안 될 정도다. 어느 집 초등학생 아이는 “커서 게임업체 사장이 될 테니 공부보다 게임을 하겠다”고 항변한단다. 하지만 국내 주요 게임업체 설립자 대부분은 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이다.
오죽하면 대표적인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도 아들이 게임에 빠지는 걸 보고 걱정했다고 할까. 김 사장은 최근 한 신문 인터뷰에서 “해당 업체를 고소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시장을 휩쓴 리니지, 아이온 등 인기 게임으로 수많은 ‘폐인’을 양산해 ‘학부모들의 공적’이 됐던 그의 말을 듣고 실소한 것은 나뿐일까. 각설하고….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온라인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법안이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해 1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자정을 넘으면 청소년 이용자의 게임이 저절로 차단되는 이른바 ‘셧다운(Shut down)제’다.
당연히 학부모와 교사들은 환영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사 303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93.7%가 청소년 게임시간을 법에 규정하는 것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관련업계는 게임산업 공동화를 부른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움직임까지 보인다.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게임이 무작정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공부로 지친 학생들의 건전한 스트레스 해소책이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무조건 못 하게 하는 것도 교육적으로 옳진 않다. 게임에 과몰입되지 않도록 부모와 자녀가 함께 규칙을 만들고 이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말처럼 쉽다면 이 문제가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법안에 찬성한다. 문제 해결을 업계의 자정 노력에 기대기도 어렵고, 청소년의 자제를 기대하기도 힘들다면 강제 수단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청소년에게 게임 말고도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환경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셧다운제의 실효성 논란은 본질에서 벗어났다. 마음먹으면 빠져나가지 못할 규제가 있겠나. 실효성이 적다고 그마저도 손놓고 있다면 그게 바로 직무유기다.
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