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85억8000만 달러↑…‘弱달러 시대’ 장기화 대비 금-신흥국국채 비중 늘려야
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 시대’가 열리면서 앞으로 장기화될 달러 약세 흐름에 대비해 외화보유자산 구성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4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3월 말보다 85억8000만 달러가 늘어난 3072억 달러로 집계돼 사상 처음으로 30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3일 밝혔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001년 9월 1000억 달러, 2005년 2월 2000억 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6년 2개월 만에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3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중국이 3조277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일본 러시아 대만 브라질 인도에 이어 한국은 7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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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이 많다고 무조건 좋다고 볼 수만은 없다.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외화가 모두 빠져나가 유동성이 바닥나면 문제가 되지만 너무 많아도 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이 늘면 여기에 대응해 원화가 시중에 풀리고, 이를 흡수하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통안증권의 이자 지급액은 외환보유액을 운용하는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의 이자 수입액보다 많아서 ‘역마진’이 생길 수 있다. 달러화 약세에 대비해 현재 주를 이루는 미국 국채의 비중을 줄이고 신흥국 국채와 안전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는 금 비중을 늘리는 등 외화보유자산 구성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현재 금이 외환보유액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8%에 그치고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 등 많은 국가들이 위상이 떨어진 달러화 대신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격 추이를 봐가며 적정한 시기에 금 보유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