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유럽으로 출국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정부와 여당에 대해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였다”면서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손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 대선주자들 중 압도적으로 지지율 1위를 달려온 박 전 대표에게 맞설 야권 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 때문이다.
선거 패배가 박 전 대표에게 되레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을 하는 친박(친박근혜)계도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이 그동안 ‘여권 내 야당 대표’ 역할을 해온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선거 패배로 전면적인 당 쇄신 요구가 분출되면 박 전 대표가 어느 쪽에 설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당내에선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주류와 개혁성향 소장파 중 누구의 손을 잡을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 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대통령 특사로 출국하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를 언급하는 것은 상대 국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박 전 대표에게는 (순방 기간인) 열하루의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상황 전개를 충분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선 세종시와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제외하곤 민감한 정치현안에 대해 말을 아껴온 박 전 대표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조용한 행보’에 변화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 여당에 대해 악화된 민심이 투표로 나타난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