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분위기 다운될라…여전히 밝은 표정부친 “얼마나 답답할꼬…요즘 살 빠졌어”김시진 감독 “에이스다운 승부욕” 감탄
류현진. 스포츠동아DB.
완투패 그 후
‘0.400→0.308→0.208→0.200→0.154’
올시즌 5차례 등판에서 류현진(한화·사진)이 기록한 피안타율 변화다. 시즌초반의 짧은 부진을 딛고, 괴물의 위력을 완전히 회복한 모습이다. 26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8이닝 2실점 10탈삼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구위가 살아날수록 고독감도 커지고 있다.
○소년가장의 아버지 류재천 씨
“다른 사람도 답답한데 자기 마음은 얼마나 타들어가겠어. 그래도 한 번 표시를 안 해요. 우리 아들이지만, 인성은 최고야.” 27일 목동. 아버지는 먼발치서 아들의 훈련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나서도 또 식사하는 아들에게 자신의 모습이 들킬까, 식당 문밖에 서 있었다. 문밖을 흘깃 본 류현진이 나오려고 하자, 아버지는 손짓으로 답한다. “현진아, 다 먹고 나와.” ‘자식 밥먹는 모습만큼 부모마음을 흐뭇하게 하는 장면은 없다’고 하지 않는가. 전날 일이 속상하지도 않은지 그저 입맛이 좋은 아들을, 아버지는 미소만 띠며 바라볼 뿐이었다. “현진이가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아. 살 잘 안빠지는 체질인데….” 아버지는 혼잣말을 되뇌었다.
○적장 김시진 감독
롯데 유니폼을 입던 1989년 4월14일 사직 OB전. 그는 14회까지 무려 219개를 던지며 완투승을 거뒀다. 10회가 넘어가면서부터 어깨가 아팠지만 코칭스태프의 요청에 꾹 참았고, 14회는 오기로 “내가 던지겠다”고 했다. 에이스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승부욕이었다. 26일 류현진도 그랬다.
○한화 한대화 감독
한화 한대화 감독은 전날 류현진을 완투시킨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한용덕 코치 통해서 그만 던지라고 했지. 주말경기도 있으니까. 그런데 자기가 더 던지겠다고 하더라고. 구위도 좋았으니까….” 7회까지 투구수는 105개.
결국 류현진은 127개의 공을 던졌다. 불펜이 약한 팀 사정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류현진의 투구수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한 감독은 “그래도 한계투구수는 130개 이하로 조절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투구수가 많아도 승리를 챙긴다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 감독은 “그래서 현진이가 (승리 보다는) 방어율에 욕심을 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목동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