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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中 류신우의 ‘홍루몽 속편’ 논란

입력 | 2011-04-23 03:00:00

“원작 없어진 부분 복원” 주장에
“읽을수록 원본과 거리” 혹평도




중국 최고의 고전 소설 ‘홍루몽(紅樓夢)’의 속편 ‘류신우(劉心武) 속 홍루몽’이 중국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며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나라 조설근(曹雪芹)이 쓴 ‘홍루몽’ 원작은 108회였으나 80회만 남고 나머지 28회는 유실됐다. 그가 죽은 후 28년이 지난 1791년에 홍루몽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120회짜리였다. 당시의 문인 고악(高鄂)이 뒷부분 40회를 쓴 것. 후대에 알려진 ‘홍루몽’은 조설근과 고악의 합작품인 셈이다. 하지만 다른 속편도 100여 편에 이를 정도로 ‘홍루몽’에 대한 인기가 높다. 문학사적인 비중을 반영하듯 ‘홍루몽’을 연구하는 것을 홍학(紅學)이라고 부르고 그런 학자를 홍학자라고 부른다.

‘류신우 속 홍루몽’도 홍학자를 자처하는 저자 류신우 씨가 쓴 최신작이다. 류 씨는 “고악이 40회를 덧붙여 써 ‘홍루몽’이 세상에 나오게 한 공은 크지만 조설근이 말하고자 한 본래의 뜻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자신은 20여 년간 ‘홍루몽’을 연구한 결과 조설근이 썼으나 유실된 28회가 무슨 내용이었는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류신우 속 홍루몽’은 81회에서 108회까지다.

지난달 19일 작가 류 씨가 베이징(北京)의 중관춘(中關村)도서빌딩 5층에서 출판기념 사인회를 할 때 2시간 전부터 독자들이 줄을 서서 800여 명이 서명을 받아 갔다. 중국 최대 인터넷서점인 당당왕(當當網)에서는 출판 이후 10일 이상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출판사 측은 100만 권 이상 판매는 거뜬하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지금도 인기가 식지 않고 있지만 혹평도 없지 않다. 한 누리꾼은 “몇 페이지 안 봤는데 실망이다. 그의 언어 품격은 조설근과 많이 다르다. 인물 묘사도 딱딱해 원본 홍루몽 같은 맛이 없다. 책값 35위안(약 5900원)만 날렸다”고 말했다. 작가인 리쥔후(李駿虎) 씨는 “초판본과 달리 여자 주인공 임대옥을 호수에 투신해 죽게 하고, 설보차는 감염으로 사망했다고 설정한 것은 고증을 거쳐 창작했다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창작의 규칙에서 벗어난다”고 비판했다. 그는 “조설근의 언어를 모방하려고 한다지만 읽을수록 원전에서 멀어져 간다. 진정으로 조설근을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저자 류 씨는 “많은 오해는 원작 80회분을 깊게 읽지 않은 것에서 기인한다”며 “나의 책 출판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원작을 읽는 기회가 되면 목적은 이룬 것”이라고 말했다.

‘홍루몽’이 처음 나온 때는 18세기 중엽 청나라 건륭제 시대. 조설근의 집안은 증조부 이래 금릉(金陵·지금의 난징·南京)에 설치된 관용 직물 제조처의 책임자인 강녕직조(江寧織造)를 맡았다. 황제의 심복이기도 한 이 자리를 세습해 조 씨 집안은 큰 권력과 부를 누렸으나 조설근이 태어날 즈음에는 공금 유용 혐의로 전 재산을 몰수당해 몰락한 때였다. ‘홍루몽’은 청나라 개국 공신인 가(賈) 씨 집안의 부침을 배경으로 해 조설근 집안의 흥망성쇠와 비슷하다.

‘홍루몽’은 가보옥과 여자 주인공 임대옥, 설보차 등의 남녀 관계를 중심으로 500여 명의 다양한 인물이 등장해 한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집안이 몰락해 출가한 가보옥이 원본에서는 승려가 되지만 류 씨의 속편은 전생의 신선(神仙)이 되고, 병으로 사망한 여주인공 임대옥은 투신자살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