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명 30년 차단기, 왜 4년도 안돼 고장?
12일 발생한 고리 1호기 원전의 가동 중단과 관련해 한국수력원자력이 “전원차단기 결함에 따른 것으로 심각한 장애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고리 1호기가 불과 3개월 전 정기점검을 받았는데도 당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등 여전히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한수원 박현택 발전본부장은 14일 브리핑을 갖고 “고리 1호기 전원차단기의 연결단자가 과열돼 타면서 원전 가동이 중단됐다”며 “배선이나 설계문제 등의 심각한 오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 본부장은 “현재 차단기 납품업체인 현대중공업과 정밀조사를 하고 있으며 고장이 난 차단기를 교체한 뒤 이르면 15일 오후부터 재가동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의 안전성 점검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아 실제 가동은 17일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차단기 수명이 25∼30년인 것에 비해 이번에 고장을 일으킨 차단기는 2007년 교체돼 불과 4년도 안 된 제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한수원은 올 1월 정기점검을 했는데도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데다 정비 과정에서 차단기를 잘못 건드렸을 개연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수원은 현재 현장조사와 함께 1월 정기점검 보고서에 대한 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한수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와 같은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할 위험에 대비해 이동식 발전기를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고리 원전에는 비상 디젤 발전기 등 비상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4단계 전원 공급체계가 마련돼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