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끝내기 홈런이 좋기는 좋은가 보다. 하루 전 연장 10회말 삼성 정현욱으로부터 좌월 끝내기 홈런을 빼앗은 LG 박용택은 14일 훈련 도중에도 싱글벙글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선배 이병규는 부러웠는지, 기특했는지 “오늘 네가 신문 1면을 모조리 장식했겠다”라며 말을 걸었다.
하지만 박용택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했다. 아니 무척이나 작았다. 박용택은 “어제 일이 많았더라고. 박지성도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골을 넣었고, 이승엽도 홈런을 쳤던데”라며 약간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박용택과 이병규의 수다는 계속됐다. 전날 밤 짜릿한 승리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는 듯 오가는 대화 속에는 흐뭇함이 배어 있었다. 흥이 오른 박용택은 “2004년에 (끝내기 홈런을) 한번 치고 어제가 처음”이라며 또 한번 어깨를 으쓱거렸다. 2004년 4월 11일 잠실 롯데전에서 기록한 자신의 첫 끝내기 홈런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잠실 | 정재우 기자 (트위터 @jace2020) ja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