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비중 OECD 평균의 1.7배
서울 용산구 H의원. 코와 목을 진찰한 의사는 급성편도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5개 알약이 든 감기약 이틀 치를 처방했다. 페니실린계 항생제 1개, 염증과 통증을 줄여주는 소염진통제 1개, 가래를 없애 기침을 줄이는 진해거담제 1개, 진통제로 인한 위염을 예방하는 소화성궤양치료제 1개, 콧물 코막힘 등 알레르기 증상을 완화해주는 항히스타민제 1개.
다음은 서울 S종합병원 가정의학과에서 진찰을 받았다. 진단명은 급성기관지염과 알레르기 비염으로 나왔지만 항생제를 빼고는 H의원과 처방약이 같았다. 소염진통제 1개, 진해거담제 2개, 소화성궤양치료제 1개, 항히스타민제 2개. 알약과 물약을 포함해 모두 6개였다.
이러니 약값 지출도 상대적으로 늘어난다. 한국의 건강보험 지출 가운데 약제비 비중은 29.6%(2009년)로 OECD 국가 평균(17.6%)보다 1.7배 많다.
외국에서는 감기 초기라면 휴식을 취하고 따뜻한 물을 마시라고 권하는 게 일반적이다. 감기약은 증상을 완화시킬 뿐 바이러스를 없애지는 않기 때문이다.
국내 병원의 항생제 처방률도 55%로 높은 편이다. 의사들은 콧물 기침 같은 증상만 보고는 세균 감염으로 인한 부비동염(축농증)인지,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단순 감기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단 항생제를 처방하는 경향이 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항생제 처방이 점차 줄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오남용이 심각하다. 당장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으니 쉽게 처방을 해 버리는데 항생제 내성률이 높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