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7일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37조 원의 매출과 2조9000억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는 실적 잠정치를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매출 34조6400억 원, 영업이익 4조4100억 원)에 비해 매출은 6.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4.2% 줄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5조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 호황을 누렸으나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4분기(10∼12월)에 비해서도 매출은 11.6%, 영업이익은 3.7% 줄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반도체 사업만 잘했다’로 요약된다. 2조9000억 원의 영업이익 중 2조 원 가까운 이익이 반도체 부문에서 나온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의 주요 수익 창출원이었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이 고전한 것이 이처럼 부진한 실적을 낸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삼성전자 LCD 부문은 평판TV 판매 부진으로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는 분석. 추정되는 적자 규모는 1000억∼1500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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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초라한 성적표’는 삼성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됐다. 지난달 이건희 회장이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낙제는 아닌 것 같고…”라고 말한 이후 삼성과 정부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흘렀다. 최근 일부 삼성 계열사는 국세청 세무조사도 받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1000억 원 정도의 영업이익은 충분히 합법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데도 3조 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 잠정치를 발표한 것은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에 놓인 삼성전자가 ‘동정표’를 받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