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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농구 대부, 교장선생님 되다

입력 | 2011-04-01 03:00:00

30년간 임근배-문경은-박상오 등 키워



프로농구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인 KT 박상오(왼쪽)의 고교 은사인 장덕영 교장.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저에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세요. 교장선생님 되신 거 축하드려요.”(박상오)

“상오야, 정말 자랑스럽구나. 자신 있게 더 열심히 해야 된다.”(장덕영 교장)

올 시즌 프로농구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인 KT 박상오(30)는 동부와의 4강전을 앞두고 잠시 짬을 내 서울 관악구 삼성동의 모교 광신정보산업고를 찾았다. 고교 시절 은사였던 장덕영 교감(55)이 새 학기에 교장으로 승진했다는 소식에 축하 인사를 드리기 위해서였다. 장 교장은 “아직 연수를 마치지 않아 직무대행”이라고 겸손하게 말하며 “유난히 사고도 많이 쳤던 상오가 이렇게 잘돼 대견스럽다”며 어깨를 두드려줬다.

광신정보산업고의 전신인 광신상고와 경희대에서 선수로 뛴 장 교장은 1982년 모교 체육교사로 부임해 1주일에 24시간 수업을 하면서 농구부 코치로 선수 지도에 나섰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는 인성을 중시하고 공부하는 운동부를 강조했다. “지도 철학은 자율로 요약됩니다. 체벌을 금지하고 선수들이 스스로 운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기본기를 강조했고요.”

1929년 창단한 광신 농구부는 진가일 신현수 안준호 이원우 김현준 등을 배출했으며 장 교장이 지휘봉을 잡은 뒤 임근배 문경은 등을 길러냈다.

장 교장은 박상오와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봉천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키가 183cm까지 자란 박상오를 농구 선수의 길로 인도한 뒤 광신중 시절부터 애정을 쏟았다. 박상오가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신 뒤에는 식당 일을 하며 어렵게 뒷바라지한 어머니에게 정성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박상오가 중앙대 시절 방황 끝에 운동을 포기하고 입대한 뒤 복귀하기까지는 장 교장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박상오의 결혼식 주례도 장 교장이 맡았다.

박상오는 정규시즌 MVP로 받은 상금 1000만 원을 후배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고 싶다며 모교 농구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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